루블화 결제 거부하자 일방적 차단
FT “다른 유럽국가들에 대한 경고”
韓, LNG 일부 물량 EU 보내기로
러시아가 27일 폴란드와 불가리아를 상대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과 대러 제재에 맞서 ‘에너지 무기화’로 보복을 본격화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주요국에 대한 첫 에너지 차단”이라며 “다른 유럽국들에 대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이날 가스 공급 중단으로 유럽 가스 가격이 MWh(메가와트시)당 17% 급등해 108.45유로(약 14만5200원)에 거래됐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4월부터 액화천연가스(LNG) 물량 일부를 유럽연합(EU)으로 돌리고 있다. 정부는 한국의 LNG 수급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미국과 EU 등의 협조 요청이 이어지며 일부 물량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이날 폴란드 천연가스 업체 PGNiG에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 중단을 통보했다. 폴란드가 올해 가스프롬과 계약한 천연가스 물량은 약 10억 m³. 폴란드의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의 50%에 달한다. 천연가스 수입량의 90%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불가리아 국영 가스업체 불가르가스도 이날 공급 중단 통보를 받았다.
폴란드와 불가리아 측은 가스 대금을 러시아 루블로 결제하기를 거부하자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공급을 중단한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을 때 달러나 유로 대신 루블로 결제하라고 요구하며 이달 22일을 첫 시행일로 못 박았다. 폴란드를 비롯한 EU는 계약대로 유로화나 달러화로 결제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독일 dpa통신은 “가스 대금을 정확히 냈음에도 러시아가 공급을 중단한 것은 사실상 보복 조치”라고 평가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현재 가스 저장고의 76%가 차 있다”며 “러시아의 협박에 맞서 공급처를 다양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독일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비중은 35%였지만 현재는 12%”라며 “러시아산 원유로부터 수일 내 자립이 가능해 수입 금지 조치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EU도 2027년까지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의존도를 ‘제로(0)’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EU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는 천연가스의 경우 40%가 넘고, 원유는 20%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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