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긴급구조대원들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숨진 희생자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AP/뉴시스
“검게 그을린 차와 길 한복판에 널브러진 시신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외곽은 야외 영안실을 방불케 했다.”
러시아군에 맞서 우크라이나군이 몇 주간 격전을 벌인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가 참혹하게 변했다고 2일(현지 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하르키우 한 지역에서는 ‘Z’ 모양으로 놓인 시신 4구가 최근 양국 군 교전이 치열했던 장소에서 발견됐다. Z는 러시아 군용차나 전차에 그려진 표식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러시아인들이 주로 쓰고 있다. 이 시신들은 러시아군이 착용하는 흰색 완장을 팔에 두르고 있었고 곁에는 러시아 군용 의료키트가 놓여 있었다. AP통신은 사망자 국적이나 신원이 불분명하지만 망자의 존엄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전쟁범죄로 간주될 수 있다고 전했다.
도시 곳곳에서 신원은 물론 사인도 파악할 수 없는 시신들이 발견됐다. 대(對)전차 장애물 위에 불에 그슬린 남성 시신이 비스듬히 기대어져 있었고, 폭격 받은 아파트 안에서는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시신 3구가 있었다. AP통신은 “매일 폭격과 공습이 벌어진 하르키우에서는 누구나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죽을 수 있었음을 남은 흔적들이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CNN에 “최근 24~48시간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하르키우 동부 40㎞까지 몰아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도 “손실이 있었지만 하르키우 북동부 대부분의 통제권을 확보하고 러시아군의 추가 공격을 차단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군사 요충지 이지움에서 국경까지 이어지는 러시아군 보급로 가깡이에 병력을 더 배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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