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러시아 억만장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로부터 협박을 받고 기업 지분을 강제로 처분한 사실을 폭로했다.
러시아 디지털 은행 틴코프은행을 설립한 올레그 틴코프는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다음날 러시아 정부가 은행 간부들과 접촉해 ‘틴코프와 관계를 끊지 않으면 은행을 국유화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8일에는 틴코프은행 보유지분 35% 전부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광산업계 거물인 블라디미르 포타닌의 회사에 강제로 넘겨야 했다고 밝혔다. 매각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틴코프는 “내가 믿고 있는 평가가치의 3%에 지분을 넘겨야 했다”고 전했다. 런던증권거래소는 지난해 틴코프가 보유한 틴코프 뱅크의 지분 가치를 200억달러(약 25조원) 이상으로 평가했다.
틴코프는 러시아에서 몇 안 되는 자수성가 억만장자다. 그가 2006년 설립한 틴코프 뱅크는 러시아에서 2번째로 큰 신용카드 사업자다.
앞서 틴코프는 지난달 19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푸틴 정권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 미친 전쟁의 수혜자는 단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무고한 시민과 군인이 죽어가고 있다”며 “러시아인의 90%가 이 전쟁에 반대하고 있다. 물론 ‘Z’(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 상징)를 그리는 멍청한 이들도 있지만 어느 국가든 그 10%는 존재한다”고 저격했다.
틴코프은행 측은 그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은행 측은 “정부가 은행 임원진에게 가한 어떤 위협도 없었다”며 “틴코프는 수년간 모스크바를 떠나 있었고 회사 운영을 비롯한 어떤 문제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틴코프은행은 지난달 22일 오랫동안 준비한 계획이었다며 은행 이름을 연내에 바꿀 것이라고도 했다.
틴코프는 백혈병 치료를 위해 2019년 러시아를 떠나 국외에 머물고 있다. 최근에는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 보안국과 접촉한 친구들이 생명의 위협을 조심해야 한다고 얘기해 준 뒤로 사설 경호원을 고용했다”며 “백혈병에서 살아남는다면 크렘린이 나를 죽이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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