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양산 전기차 bZ4X 출시 앞두고
개인 판매 대신 ‘리스방식’ 승부수
“배터리 수명 등 노후차 불안 고려
10년간 구독형태로 고객부담 덜것”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 1위인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첫 양산 전기자동차 bZ4X를 12일 일본에서 출시한다. 개인 판매는 하지 않고 매월 약 86만 원을 지불하는 구독형 서비스만 제공한다. 전기차에서 미국 유럽 등에 뒤진 일본 자동차업계가 ‘낡은 전기차에 대한 고객 부담을 덜겠다’며 개인 판매를 포기하는 과감한 출사표를 냈다.
도요타는 3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bZ4X 출시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전략을 공개했다.
도요타는 자사 월 정액 구독형 서비스 킨토(KINTO)를 통해서만 전기차 bZ4X를 받을 수 있게 했다. 가입비 77만 엔(약 750만 원)을 일시불로 낸 뒤 4년간 전기차 정부보조금 등을 받아 매달 구독료 8만8220엔(약 86만 원)을 내는 구조다. 보험료 수리비 세금 부담은 없다. 5년째부터 구독료가 매년 줄어들어 10년째가 되면 월 4만8510엔을 낸다. 구독 시작 후 5년이 지나면 이용 도중 해약해도 위약금을 물지 않는다. 킨토는 도요타와 금융사들이 출자해 2019년 설립한 구독형 서비스 제공 업체다.
도요타 측은 “전기차는 충전을 반복할수록 배터리 수명이 짧아져 감가상각이 빠를 것이라는 불안이 큰데 구독형 서비스를 이용하면 그런 걱정을 덜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전기차 배터리가 확실하게 검증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를 거의 취급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가 구입을 주저한다는 지적이 많다. 급속 충전소를 비롯한 전기차 인프라 보급도 더디다.
일본자동차판매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팔린 전기차는 약 1만5000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 대수(250만 대)의 0.6%에 불과하다. 한국(5.7%), 유럽연합(EU·19.3%) 등에 비해 매우 적다.
고테라 신야 킨토 사장은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구독 형태로 자동차회사가 10년간 고객 차를 돌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며 “도요타는 보통 신차 판매 계획 수립에 2년 정도 걸리는데 이번에는 반년 만에 마쳤다. 지금까지의 도요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스피드”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세계의 전기차 전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자동차 왕국’ 명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미즈호은행은 최근 내놓은 ‘2050년 일본 산업’ 보고서에서 현 추세대로라면 2050년 일본 자동차 수출이 제로(0)가 되고 전체 자동차 생산량도 2019년(832만 대) 대비 최대 70%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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