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 4일(현지 시간) 양일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AP통신은 연준이 이번 FOMC에서 일반적인 0.25%포인트 인상이 아닌 이른바 ‘빅스텝(Big step)’이라 불리는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연준이 마지막으로 금리를 0.5%포인트 올린 시점은 정보기술(IT) 기업의 거품이 한창이던 2000년 5월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에 최고치인 8.5%를 기록하는 등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22년 만에 공격적인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진 상태다.
연준은 이번 FOMC에서 보유자산의 축소(양적 긴축) 계획도 발표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매입했던 채권 등을 다시 팔아 시중 유동성을 조인다는 의미다.
○ 6월 FOMC서 0.75%포인트 인상 전망도
연준이 22년 만에 0.50%포인트 인상에 나서는 이유는 지난해 초 1%대에 불과했던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대로 치솟은 데다 향후에도 추가 상승 압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정책에 따른 공급망 교란 등으로 전 세계 주요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고 있다.
미 언론들은 연준이 이달은 물론 다음 달 FOMC에서도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두 달 연속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6월 FOMC에서 빅스텝을 넘어선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즉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를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6월에 금리를 0.75% 올릴 확률이 90%에 근접한다고 보고 있다. 일본 노무라홀딩스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이 6, 7월에 모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0.75%포인트 인상에 대해서는 연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긴축 선호(매파)로 유명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준은행 총재는 “물가를 잡기 위해 0.75%포인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준은행 총재는 “연준의 0.75%포인트 인상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 미 국채금리도 3년 반 만에 최고
연준의 긴축 강화에 따라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일 장중 한때 2018년 11월 이후 3년 반 만에 3% 선을 넘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해 말 1.5%가 채 안 됐지만 불과 넉 달여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급격한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렸다가 경기 경착륙이 나타난 사례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22일 CNBC 방송에서 “지금 단계에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 내년에 침체가 올 것”으로 우려했다.
블룸버그는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중앙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긴축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며 경기 부양을 위해 풀렸던 ‘쉬운 돈(이지 머니·easy money)’의 시대가 끝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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