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의 구인난이 또다시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다. 근로자 임금 상승으로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더 강력한 긴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3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올 3월 미 기업 구인 건수는 1155만 건으로 전달보다 20만5000건 증가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12월 이후 가장 많다. 음식, 숙박, 의료같이 소비자와 대면하는 서비스 업종 구인 건수가 가장 많이 늘었다.
같은 달 자발적 퇴직자 수는 454만 명으로 전달보다 15만2000명 증가하며 역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근로자들이 더 좋은 보수나 근무환경을 제공하는 곳을 찾아 직장을 그만두는 ‘대(大)사직(Great Resignation)’ 현상이 이어지는 것이다. 구인난의 원인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고, 정부가 지급하는 높은 실업수당 때문에 취업에 적극적이지 않은 점 등이 꼽힌다.
구인난 악화는 미국 경제를 짓누르는 인플레이션을 더 부채질할 수 있어 심각하다. 그만두려는 직원을 붙잡거나 새 인력으로 채우기 위해 기업은 근로자의 연봉을 더 높여줄 수밖에 없다. 근로자 임금 상승은 가계 구매력을 높여 현재 8%대 중반으로 치솟은 물가 상승세를 더 부추길 우려가 있다. 기업 구인난으로 미 근로자 평균 시급은 올 3월 전년보다 5.6% 올랐다.
CNBC방송은 “이날 발표로 인플레이션 요인이 추가돼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헤지펀드 시타델 최고경영자 케네스 그리핀도 2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현재 직장을 찾는 실업자보다 두 배나 많은 일자리가 있다”면서 “이는 임금 상승 압력을 부르고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 지속 현상을 잠재우기 위해 연준은 금리를 대폭 올려야 한다. 하지만 연준의 이 같은 긴축 행보가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점점 커진다. CNBC방송이 3일 경제·투자 전문가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말 연준 기준금리는 2.25%로 오르고 내년 8월에는 평균 3.08%까지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응답자 57%는 통화 긴축에 따라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응답한 전문가는 33%에 그쳤다.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 행진으로 경제 ‘경착륙’ 불안감이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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