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등 반대… 의회 통과는 미지수
러 “나토 공급 군수물자 파괴” 경고
러 돕는 벨라루스는 군사훈련 시작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올해 말까지 러시아 원유와 석유 제품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대러시아 6차 제재안을 4일 발표했다. 같은 날 흑해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 잠수함은 칼리브르 대함 미사일 2발을 발사해 우크라이나의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동영상을 공개하고, 러시아의 우방 벨라루스 또한 군사 훈련을 시작하는 등 서방과 러시아의 확전 양상이 뚜렷하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군수물자가 표적”이라고 경고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잔인한 공격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 러시아 국영방송 3곳의 EU 내 방송 금지, 러시아의 침공을 지지한 러시아정교회의 수장 키릴 총대주교에 대한 개인 제재 등이 포함된 새 제재안을 제안했다. 다만 27개 회원국 중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 등이 반대하고 있어 유럽의회를 통과할지는 알 수 없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3일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재블린 미사일’ 생산 공장을 찾아 현 사태가 “민주주의와 독재의 전쟁”이라며 우크라이나를 계속 돕겠다고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역시 이날 서방 지도자 최초로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화상 연설을 하며 지원 의사를 밝혔다.
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조력자 노릇을 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가 이날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 쇼이구 장관 또한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계속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며 반드시 파괴하겠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3일 폴란드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내 발전소 3곳까지 공격해 르비우 일대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역시 폴란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도착하는 서방의 군수물자 지원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의 일부 주민을 8000km나 떨어진 시베리아 등 변방의 극동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켜 노역에 동원한 정황도 드러났다. 옛 소련이 연해주 일대 고려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킨 것과 판박이다.
CNN 등에 따르면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3일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시민 4만 명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이 중 일부를 시베리아 등으로 끌고 가 강제로 이민 증명서를 발급한 후 노동을 시키고 있다”고 폭로했다. 경제가 낙후된 지역의 부족한 노동력을 보강하고 이들을 인질 삼아 향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는 의도이며 명백한 전쟁 범죄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수도 키이우 인근 이르핀에서도 290구의 민간인 시신이 추가로 발견돼 러시아군의 만행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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