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旗艦) 모스크바호 격침 과정에서 미국이 전함 위치 등 핵심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경제지원뿐 아니라 러시아군 공격 표적 정보를 제공하는 등 사실상 우크라이나군을 통해 러시아와의 대리전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NBC 방송은 5일(현지 시간)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모스크바호 격침 전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에 흑해를 항해 중인 선박에 대해 정보를 요청했으며 미국은 이 선박이 모스크바호라는 것을 확인하고 우크라이나군에 선박 좌표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14일 ‘넵튠’ 미사일 2발로 이 군함을 격침시켰다. 모스크바호의 격침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전함 침몰로 꼽힌다.
미 당국자는 “우크라이나군이 모스크바호를 공격할지 사전에 알지 못했으며 공격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모스크바호 격침 전에도 러시아 전함을 침몰시킨 사례가 있었던 만큼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정보가 없었다면 우크라이나군은 군함을 명중시킬 확신 없이 공급이 부족한 넵튠 미사일을 두 발이나 사용하는 것을 주저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군의 위치에 대한 위성사진 등 좌표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는 “미국의 정보는 실시간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방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안드레이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정보제공에 대해 “러시아군은 이런 상황에 대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러시아군은 5일 우크라이나 동, 서부의 민간인 시설까지 거침없이 포격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인 9일까지 성과를 올리기 위해 공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서방은 평가 중이다.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이날 동부 도네츠크 거점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의 민간인 아파트 단지를 전투기로 3차례 포격해 수십명이 크게 다쳤다. 또 다른 도시인 스비아토히르스크 내에서는 수 백년된 성모 영면 교회가 기도시간 중 미사일 공격을 당했다.
이 교회에는 50여명의 어린이들을 포함한 시민 300여명이 대피중이었다. 지역 당국은 성명을 통해 “공황을 퍼뜨리기 위해 민간인을 일부러 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부 도시 르비우 인근 동물원도 이날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유엔 집계결과 5일 누적 기준 우크라이나에서 사망 3280명, 부상 3451명 등 총 6731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은 “러시아군 점령지에서 지역 정치인, 언론인, 활동가 등 강제 실종된 180명의 증거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내 최후 항전지 아조우스탈 제철소도 계속 공격을 받고 있다”며 “마리우폴을 완전 장악한 후 9일 전승절을 이곳에서 열병식을 열기 위해 잔해를 치우고 도로를 정리하는 등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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