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연임’ 당대회 앞둔 中, 항저우 아시안게임 연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6일 20시 22분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경기대회가 연기됐다. 중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뒤늦게 확산하고 있어 초비상이 걸린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3연임)을 확정짓는 10월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중국의 정치적 고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등 주요 매체들은 6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9월 10일 개막해 25일까지 항저우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9회 아시아경기대회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OCA도 이날 “중국올림픽위원회 등과 협의를 거쳐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새로운 개최 날짜를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시진핑 ‘제로코로나’ 강조 다음날, 아시안게임 연기 결정


항저우 아시안게임 연기 결정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제로코로나’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로 다음날 이뤄졌다. 시 주석은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제로코로나 정책을 견지함으로써 우한 사태 이후 가장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고 단계적 성과를 거뒀다”며 “중국의 방역 정책을 왜곡, 의심, 부정하는 일체의 언행과 단호히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항저우, 상하이 인접해 코로나 확산 가능성


중국은 올 2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대해선 다른 나라들의 우려가 거의 없었지만 중국 스스로 코로나19 상황과 정치적인 배경 등을 고려해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구 약 1200만 명인 항저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3월 28일부터 봉쇄가 이어지고 있는 상하이와 불과 180여㎞ 떨어져있다. 중국에서는 상하이와 인접한 항저우와 쑤저우 등이 동일 생활권으로 여겨진다. 상하이는 인구 2500만 명을 대상으로 도심 전체를 봉쇄하는 등의 고강도 방역을 유지해왔다.

상하이의 코로나19 대란이 항저우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아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은 지난달부터 제기됐다. AFP통신은 지난달 23일 후세인 알 무살람 OCA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해 “공식적인 결정은 아니지만 아시안게임을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연기설이 불거질 때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미리 정한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지난달 29일 아시안게임 기념주화를 발행해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 “3연임 확정할 당대회에 악영향 우려한 듯”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지금 중국공산당과 시 주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10월 예정된 제20차 당대회를 무사히 치르고 시 주석의 3연임 장기집권을 확정짓는 일”이라며 “당대회 직전인 9월에 열리는 아시안게임이 코로나19 상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연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기간 이어진 봉쇄로 중국 정부에 대한 상하이 시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만약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과정에서 인근의 인구 1000만 명 이상 도시인 항저우나 쑤저우까지 코로나19가 확산되고, 그에 따라 도시가 봉쇄될 경우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상하이와 상하이 인근 도시들은 시 주석의 정적(政敵)으로 분류되는 ‘상하이방’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시 주석이 집권 초부터 정적들을 줄여오긴 했지만 1976년 마오쩌둥(毛澤東) 사후 처음으로 장기집권을 노리고 있어 불만 세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다음달 말 중국 청두에서 개막할 예정이던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SCMP는 “대회의 두 번째 연기가 곧 발표될 것”이라며 내년으로 연기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격년으로 열리는 하계유니버시아드는 당초 지난해 4월 청두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6월 26일로 연기됐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