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무부, ‘北 돈세탁에 이용’ 가상화폐 믹서 제재

  • 뉴시스
  • 입력 2022년 5월 7일 00시 12분


미국 재무부가 가상화폐 돈세탁에 활용되는 이른바 ‘믹서’ 프로그램을 사상 처음으로 제재했다. 북한의 사이버 활동을 겨냥한 행보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6일(현지시간) 가상화폐 믹서 프로그램인 ‘블렌더(Blender.io)’를 제재했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이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 지지와 절취한 가상화폐 돈세탁에 사용된다”라는 게 OAFC 설명이다.

이번 제재는 북한 연계 해킹 집단 라자루스의 가상화폐 절취·세탁을 겨냥했다. 재무부는 라자루스가 지난 3월23일 온라인 게임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 총 6억2000만 달러(약 7877억1000만 원) 규모의 가상화폐를 훔쳤다고 지적했다.

해당 활동에 이번 제재 대상인 ‘블렌더’가 연루됐다는 게 재무부의 설명이다. 블렌더는 이른바 ‘난독화(obfuscating)’를 통해 가상화폐의 출처 등을 추적하지 못하게 하는 믹서 시스템의 일종으로, 사생활 보호가 목적이지만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재무부는 블렌더가 지난 2017년 이후 현재까지 5억 달러(약 6352억5000만 원) 규모의 비트코인 이전에 사용됐으며, 북한의 액시 인피니티 가상화폐 절취 이후 2050만 달러(약 260억4500만 원) 상당의 수익 활동에 이용됐다고 설명했다.

OFAC는 북한이 대량파괴무기(WMD)·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자금 마련을 위해 사이버 절취 등 불법 활동에 의존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 외에 러시아 연계 악성 랜섬웨어 단체인 트릭봇, 콘티, 류크, 소디노키비, 갠드크랩 등과도 블렌더가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리즘·재정정보 담당 차관은 “오늘 사상 처음으로 재무부가 가상 화폐 믹서를 제재한다”라며 “불법 거래를 지원하는 가상 화폐 믹서는 미국 국가 안보 이익에 위협을 제기한다”라고 지적했다. 재무부는 계속 가상화폐 환경에 주목할 방침이다.

이어 “우리는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에 맞서 조치를 취한다”라며 “국가 후원 절취, 돈세탁을 가능케 하는 자들을 못 본 척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OFAC는 이날 특별제재대상(SDN) 목록에 라자루스 불법 수익 세탁과 관련된 가상화폐 전자지갑 주소 4개도 추가했다.

이날 제재 결과로 미국 내, 그리고 미국인이 소유하거나 점유한 블렌더 자산과 이로 인한 수익은 모두 OFAC에 보고된다. 아울러 제재 대상 인물의 직·간접적 지분이 50% 이상인 단체 역시 제재를 받게 된다.

라자루스는 지난 2019년 9월13일 OFAC 제재 대상에 올랐다. 재무부는 라자루스를 북한 정권을 대리하거나 북한 정권이 통제하는 정찰총국 연계 기관으로 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사이버 활동 및 이로 인한 수익 제재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앞서 앤 뉴버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이버·신기술 담당 부보좌관은 북한의 사이버 범죄를 거론, “돈세탁 방지 시스템이 암호화폐 세계에 마련돼야 한다”라고 경고했었다.

아울러 에릭 펜턴-보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조정관은 지난달 “현금이 없다면 북한의 WMD 프로그램은 극적으로 둔화할 것”이라며 사이버·암호화폐 분야를 통한 북한의 제재 회피 및 이에 관한 대응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워싱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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