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개월 노조인정 요청 57%↑… 불공정 노동 신고도 14% 늘어
재택 못하는 배달-창고 등 노동자… “코로나속 더 일하라 해” 불만 폭발
국민 68% “노조 찬성” 57년새 최고, 일부 경영자, 노사관계 악영향 우려
스타벅스, 애플, 아마존 등 미국 주요 기업에서 노동조합 설립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이런 움직임을 노조(union)의 이니셜을 딴 소위 ‘U세대’, 즉 2030 젊은 근로자들이 주도해 눈길을 끈다. 과거 노조 설립 및 노동운동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임시 서비스, 소매업 등에 주로 종사하는 젊은 근로자들까지 노조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극심한 인력난, 양극화,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 등이 꼽힌다.
○ 스타벅스·아마존 잇달아 노조 설립 추진
8일 미 CNBC 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접수된 노조 대표자 인정 요청 건수는 이전 해 같은 기간보다 57% 증가한 1174건이었다. 같은 기간 불공정 노동 행위에 대한 신고도 한 해 전보다 14% 늘었다.
이 기간 중 첫 노조가 탄생하거나 노조 설립 시도가 이뤄진 기업도 많다. 세계적 커피체인 스타벅스에서는 지난해 12월 뉴욕주의 한 매장에서 첫 노조가 만들어졌다. 이후 250여 개 매장이 추가로 노조 설립을 신청했고 이 중 54곳에서 노조가 결성됐다.
지난달 유통 대기업 아마존의 창고 노동자들 또한 뉴욕시 스태튼섬에서 노조 설립안을 통과시켰다. 뉴욕, 조지아주 애틀랜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등의 애플스토어 직원들 역시 노조 만들기에 나섰다. 유명 기업의 노조 설립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이 다른 노동자를 자극하는 일종의 ‘도미노 효과’도 나타난다. 조지아주 애플스토어 직원들은 앨라배마주 아마존 창고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시도에 일부 영감을 받아 자신들 또한 노조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론도 달라졌다. 지난해 9월 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가 “노조를 찬성한다”고 답했다. 1965년(71%) 이후 56년 만에 가장 높은 비율이다. 특히 18∼34세 젊은 근로자들의 노조 찬성 비율은 77%로 더 높다. 스타벅스의 노조 운동을 이끄는 활동가 리처드 벤싱어는 최근 노조를 지지하는 근로자 대부분이 20대 초반이라며 이들을 ‘U세대’로 지칭했다.
○ “美 젊은층, 직장서 공정 대우 요구 시작”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코로나19, 양극화, 역대급 구인난 등이 있다. 전대미문의 전염병 대유행으로 특히 육체노동자의 근무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일부 화이트칼라 직종은 고소득과 안전한 재택근무의 이점을 동시에 누리자 업무가 몰렸던 배달 및 창고 노동자, 서비스업 종사자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의미다. 미 경제가 코로나19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숙련 노동자의 부족을 호소하는 것도 노조 설립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노동 컨설턴트 제이슨 그리어 씨는 “가족과 친구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있는데 많은 기업은 계속 ‘더 열심히 일하라’고 요구했다”며 근로자들의 불만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젊은 대졸 노동자들은 이전 세대보다 중산층에 진입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직장에서 공정한 대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철강촌 스크랜턴 출신이며 노동 친화적인 대통령을 표방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해 집권 후 노조 친화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5일 아마존, 스타벅스의 노조 간부 등 노동계 인사 40여 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일부 경영자들은 노조 설립 급증이 노사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스타벅스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하워드 슐츠는 최근 “노조가 결성된 매장에는 회사가 준비 중인 새 복지 혜택을 줄 수 없다”며 법에 따라 노조 가입 직원의 급여와 복리후생은 별도 계약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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