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무역 갈등을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BBC,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북아일랜드 협약(의정서)를 변경하기 위해 몇 주 내에 새로운 법률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아일랜드 협약은 영국이 2020년 브렉시트(Brexit) 협정을 체결하면서 EU와 별도로 맺은 것이다. 영국은 EU를 탈퇴하지만 영국령인 북아일랜드는 EU 단일 시장에 남기기로 하는 내용이다. 협약에 따라 북아일랜드는 EU 국가와 교역할 때 통관, 관세, 서류 작업 등이 면제되지만 영국 본토와 교역할 땐 오히려 이런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이에 영국은 협약 제16조 ‘협약이 심각한 경제·사회·환경적 문제를 초래할 경우 이행을 유예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보내는 일부 상품에 대한 통관을 일방적으로 유예했고, EU가 보복 조치 검토에 나서면서 갈등을 빚었다.
이날 트러스 장관의 발언은 영국이 또 다시 일방적으로 협약을 깨는 것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어서 EU의 반발을 샀다.
트러스 장관은 영국은 국제법을 계속 준수할 것이며 EU와 협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 정부는 국제법상 의무와 벨파스트 협정(성금요일 협정)의 이전 의무를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EU와 협상을 통해 결과에 도달하는 것이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우리는 협약을 폐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수정하고 싶은 것”이라며 정부의 결정을 옹호했다.
내부적으론 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이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도록 달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아일랜드는 이달 초 선거에서 신페인당이 제1당이 됐는데, DUP는 북아일랜드 협약을 개정하지 않는 한 연정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그러나 추진 법안은 협약의 핵심 내용을 파기하는 의미여서 EU와 갈등이 불가피하다. 실제 법안엔 영국에서 북아일랜드로 가는 상품의 모든 검사를 면제하는 것을 포함해 협약의 핵심 내용을 변경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즉각 반발했다.
EU의 브렉시트 협상 책임자인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부집행위원장은 이 제안은 “심각한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며 “국제적 합의에 반하는 일방적인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국이 이 법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한다면 EU는 가능한 모든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조치는 법적 대응이나 표적 무역 관세를 의미할 수 있다고 BBC는 설명했다.
영국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정치인은 “북아일랜드 협약은 국제법인 브렉시트 협정의 일부”라며 “영국의 일방적인 변경은 국제법 위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이먼 코브니 아일랜드 외무부 장관도 영국의 일방적인 조치는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CNBC는 “트러스 장관의 발언은 EU의 보복 위험을 악화시키고 세계 최대 무역 블록과 무역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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