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레반, 여성 방송 진행자들에 “얼굴 가려라” 명령

  • 뉴시스
  • 입력 2022년 5월 20일 12시 24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TV 채널에서 방영되는 모든 여성 진행자들에게 얼굴을 가릴 것을 지시했다고 아프간 최대 언론매체 톨로(TOLO) 뉴스 채널이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명령은 탈레반의 판결을 집행하는 임무를 담당하는 선악부와 정보문화부의 공동 성명을 통해 발표됐다. 성명은 이 명령에 대해 “최종적이고 협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성명은 톨로 뉴스와 몇몇 다른 TV 및 라디오 방송망을 소유하고 있는 모비 그룹에 전달됐는데, 성명이 다른 아프간 언론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아프간 현지 언론 관계자는 그의 방송국도 이 같은 명령을 받았으며, 명령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고 확인했다. 그는 당국과의 사이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 방송국의 이름을 밝히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아프간의 몇몇 여성 앵커와 진행자들은 프로그램 진행 중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톨로 뉴스의 유명 여성 진행자 얄다 알리는 “선악부의 명령으로 여성들이 지워지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마스크를 착용한 동영상을 게시했다.

샴샤드 TV에서는 이날 한 여성 앵커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방송을 진행했지만 또 다른 여성 앵커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얼굴을 드러낸 채 방송을 진행해 명령 이행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탈레반은 1996∼2001년의 첫 집권 기간 동안 여성들에게 엄청난 제약을 가했었다. 당시 여성들은 공공생활에서 눈을 망사로 가리는 전신 부르카 착용을 강요받았으며 여성들에 대한 교육도 금지됐었다.

지난해 8월 다시 집권한 탈레반은 여성들에 대한 복장 규정이 없다고 발표, 제한을 다소 완화한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몇 주 동안 다시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 인권 운동가들의 두려움을 고조시켰다.

이달 초 탈레반은 공공장소에서 모든 여성들에게 눈만 제외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가리는 옷을 입으라고 명령하는 법을 발표했다. 이 법은 여성은 필요할 때만 집을 나가야 하며, 복장 규정을 위반한 여성의 남성 친척들은 처벌을 받을 것이며, 소환장을 발부받아 법정 심리와 징역형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또 모든 연령대의 소녀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번복하면서, 6학년이 지나면 소녀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을 금지하는 법령을 발표했다.

[카불(아프가니스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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