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바이러스성 질환 원숭이두창(monkeypox)에 감염되는 사례가 전 세계에서 잇따르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21일(현지 시간) 주민 1명이 원숭이두창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돼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18일 매사추세츠주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원숭이두창은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유럽에선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웨덴 스위스 등 많은 국가에서 발병했다.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한 병원도 “최근 서유럽에 다녀온 30세 남성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일 현재 전 세계에서 약 80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와 별도로 약 50건의 의심 사례가 있다. 원숭이두창은 그동안 바이러스를 보유한 동물들이 많이 서식하는 중부 및 서부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주로 발병해왔다. 유럽이나 북미 등으로 이 질환이 확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에서는 가장 최근에는 2003년에 발병한 적이 있으며 당시 70여 건의 감염 보고가 있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은 천연두와 비슷한 계열의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천연두보다는 증상이 가벼운 편이다. 걸리면 발열 두통 근육통 오한 피로감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며, 발열 1~3일 후부터 얼굴을 시작으로 다른 신체 부위에 발진도 일어난다. 이런 증상은 2~4주 가량 지속된다. 통상 몇 주 내에 무난히 회복되지만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아프리카에서는 치사율이 최대 10%에 이른다.
원숭이두창은 사람이나 동물과의 접촉으로 전파된다. 바이러스는 기도나 눈, 코, 입, 손상된 피부 등을 통해 침투한다. WHO는 “원숭이두창은 긴밀한 접촉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에 대한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종사자나 감염자의 가족들이 감염 위험이 높다. 지금까지 이 질환에 대해 입증된 치료법은 없지만, 기존 천연두 백신으로도 85% 가량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이 질환이 성병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영국 보건당국은 영국과 유럽에서 확인된 감염 환자 중에 게이나 양성애 남성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도 감염자들이 같은 사우나를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흔히 말하는 목욕탕이 아니라 게이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을 뜻한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감염 원인에 대한 섣부른 주장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WHO는 “특정 그룹의 사람들을 낙인찍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병의 확산을 끝내는 데 장애가 된다”고 지적했다.
CDC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은 1958년 처음 발견됐으며 실험실 원숭이에게서 천연두와 비슷한 증상이 관찰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1970년 아프리카 콩고에서 처음 보고됐고, 이후 줄곧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발병해 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지낸 스콧 고틀립 화이자 이사는 미국 CNBC방송에 출연해 “(원숭이두창이) 이미 지역 사회에 널리 퍼져 있을 것”이라면서도 “확산이 어려운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주요 전염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CDC는 “원숭이두창을 예방하려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지역에서 동물들과 접촉을 하지 말고 환자는 다른 사람들과 격리하며 손 씻기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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