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차로 10분 거리인 10km 떨어진 곳의 약혼녀를 만나기 위해 10일 동안 3700km를 이동한 우크라이나 남성 포커선수 세르히 베라예프 씨(32)의 사연이 화제다.
22일(현지 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베라예프 씨는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동부 하르키우 외곽, 약혼녀 나탈리 드로즈드 씨는 하르키우에 거주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침공 당일인 올해 2월 24일 하르키우 일대를 점령하면서 베라예프 씨의 집에서 드로즈드 씨의 집으로 가는 길목이 끊어졌다.
약혼녀가 보고싶었던 베라예프 씨는 중대결단을 내렸다. 우크라이나 안에서 이동이 어렵다고 느낀 그는 대신 러시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를 통과해 다시 우크라이나로 진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3700km에 달하는 긴 여정이었다.
지난달 4일 그는 다른 일행과 함께 차량 4대로 구성된 호송대에 합류했다. 우선 70km를 이동해 러시아로 넘어가야 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검문소를 통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러시아군은 베라예프씨 일행이 민간인인지 우크라이나 군인인지를 판별하기 위해 속옷까지 벗겨 몸을 수색했다. 일부 일행은 러시아군의 대대적 공습으로 여권이 모두 불타버리는 바람에 러시아군의 집중적인 심문을 받았다. 러시아에 도착했을 때 이들이 탄 차량의 바퀴와 브레이크는 모두 망가져 있었다.
베라예프 씨는 여정 도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건강도 악화됐다. 하지만 약혼녀를 만나겠다는 그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그의 일행은 우크라이나를 떠난 지 10일 만인 지난달 14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도착했다. 이후 수도 키이우를 거쳐 나흘 뒤인 같은 달 18일 마침내 약혼녀가 살고 있는 하르키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약혼녀의 집에서 불과 50m의 거리에서 다시 검문을 받았지만 결국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약혼녀를 향해 ‘보고 싶다. 기다려 달라’고 되뇌면서 힘든 여정을 버텨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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