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척결이라더니 침공… 죄책감에 복무 거부”[사람, 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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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헤르손 투입된 러 부사관
“이 전장 내가 있을곳 아니다” 버텨… 형사처벌 윽박질에도 ‘집으로’

러시아군 부사관 A 씨는 우크라이나 침공 하루 전인 2월 23일 부대 차량에 ‘Z’ 표시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전날 부대장이 휴대전화를 압수한 데 이어 아군 식별 표시 지시를 받고 A 씨는 의아했다. 이튿날 크림반도를 거쳐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 투입됐을 때도 진짜 전쟁이 벌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헤르손의 한 주민이 A 씨 부대의 전차 행렬 앞으로 달려와 “너희는 모두 죽었다”고 울부짖는 것을 보고서야 A 씨는 점령군이 돼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A 씨는 부대에서 “우크라이나의 나치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고 들었지만 헤르손 주민들은 ‘나치’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동료들도 왜 전쟁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했다.

그런 가운데 전사자가 매일같이 나왔다. A 씨의 목표는 오직 살아남는 것이었다. 매일 밤 수류탄 상자에 기대어 잠들며 “중요한 것은 하루를 더 사는 것이다. 우리 중 아무도 죽지 않는 것이다”라고 되뇌었다.

A 씨는 후방에 배치돼 전투 장비 수리 업무를 맡았다. 그는 부대장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민가에서 가져왔던 라디오를 켰다. 몇 주 만에 처음 뉴스를 접하고 A 씨는 충격을 받았다. 전 세계가 이번 작전을 러시아의 침공으로 규정하고 있었고, 러시아에선 경제가 붕괴되고 있었다. A 씨는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꼈다”고 했다.

A 씨는 부대장에게 사표를 냈다. 부대장은 “군복무 거부는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윽박질렀다. 하지만 A 씨는 “이 전장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라며 끝까지 버텨 결국 러시아에 있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제 저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모릅니다. 그래도 집에 돌아와 기쁩니다.”

#나치 척결#침공#죄책감#복무거부#러시아 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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