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37·사진)가 2018년 10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된 사건 후 약 4년 만에 해외 순방에 나선다. 암살 배후로 알려진 그는 미국 등 서방이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압박하자 국제무대에서 고립됐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몸값이 다시 올라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다음달 초 터키, 키프로스, 그리스, 요르단, 이집트 등을 방문해 에너지, 무역, 국제 정세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그가 다음달 중동을 방문할 예정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회동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지난달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사우디를 찾은 것 역시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동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서방 주요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에 잇따라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까슈끄지 살해가 자국 영토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거센 불만을 표했던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사우디를 찾았다. 터키 법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까슈끄지 재판을 중단하고 사우디에 이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한 지난해 12월 사건 이후 서방국 정상 최초로 사우디를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전부터 “카슈끄지 살해에 왕세자의 명령이 있었다고 믿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11월 중간선거에서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지자 사우디에 증산을 연거푸 요청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 직후인 올해 2월 말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통화를 요청했지만 사우디 측이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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