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과 고함 후 총소리”…방학 이틀 앞 텍사스 학교 총격 ‘아비규환’

  • 뉴시스
  • 입력 2022년 5월 25일 13시 05분


24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19명과 교사 등 최소 21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여름방학을 이틀 앞두고 있던 학교가 순식간에 피로 물들며 학부모들과 생존한 학생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외신들을 종합하면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시 서쪽 약 137km 거리에 있는 유밸디 시내 롭 초교에서 텍사스주 역사상 최악의 학교 총기사건이 발생했다. 학생 19명과 교사 1명을 포함한 성인 2명이 사망했으며 18세의 총격범도 현장에서 숨졌다.

여름 방학을 이틀 앞두고 있던 초등학교의 2~4학년인 7~10세 아이들이 희생되며 충격이 커지고 있다. 롭 초등학교의 90%는 히스패닉이며 나머지는 거의 백인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용의자인 18세의 고등학생 살바도르 로마스는 직접 차를 몰고 오전 수업 중이던 학교로 도착해 학생들을 향해 총을 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건 현장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총격은 오전 11시30분 직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26세의 에리카 에스카밀라는 롭초등학교에 다니는 여조카 1명과 남조카 2명의 소식을 기다리는 것이 “고문과 같았다”며 총격 사건 후 몇시간 내 조카들과 모두 재회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10살인 조카는 에스카밀라에게 총격 사건이 옆 교실에서 일어났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에스카밀라는 쉬는 시간 막 수업이 시작됐을 때 한 남자가 욕을 하고 고함을 지르더나 총소리가 들렸다고 조카가 전했다며 “그들의 선생님이 교실로 밀어넣고 에어컨과 전등을 끄고 종이로 창문을 가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들이 대피했을 때 조카는 교실을 들여다보았고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에스카밀라는 “조카가 상처를 받았다. 심장마비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며 “조카가 사방에서 피를 봤다”고 전했다.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도 숨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숨진 교사는 40대 초반의 에바 미렐레스다. 그의 고모는 “매우 사랑받는 사람이었고 대부분 라틴계 혈통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며 개탄했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안전한 지 확인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학부모 라이언 라미네즈는 4학년 딸을 찾기 위해 시민회관과 초등학교를 방문했다며 “혼란스럽고 걱정된다. 내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다수의 부상자가 이송된 유밸디 메모리얼 병원에서는 그들의 친인척들이 밖으로 걸어나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용의자는 학교로 향하기 전 별도의 장소에서 자신의 할머니를 총으로 쏜 혐의도 받고 있다. 현재 할머니는 위독한 상태로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범행 전 초등학교 인근에서 차량을 들이받기도 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사건 이후 15명의 학생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CNN은 용의자와 연결된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범행 사흘을 앞두고 소총 2자루 사진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롭 초등학교는 600명이 채 못되는 학생들이 다니고 있으며 2·3·4학년 어린이만 다니고 있다.

24일 오후 학교 주변은 경찰이 철통같이 경비를 하고 있다. 방탄 조끼를 착용한 경찰관들이 인파와 차량 등 교통을 통제하고 있으며 연방수사국(FBI) 요원들도 학교 건물 안팎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텍사스 초교의 총격사건은 뉴욕주 버팔로의 한 수퍼마켓에서 무차별 총격으로 흑인 쇼핑객 10명이 피살된 이후 불과 2주일 만에 일어난 사건이다. 수사 당국은 그 총격사건을 인종차별에서 나온 증오범죄로 규정했다.

사건이 난 유밸디 시는 유밸디 카운티의 중심에 있는 인구 1만6000명 정도의 소도시이다. 멕시코 국경과 120km 떨어진 곳에 있다.

유밸디 초등학교는 중산층 주택가 안에 있고 학교 바로 길건너 편에 장례식장이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순방 직후 백악관 연설을 통해 “도대체 언제 총기 (단체) 로비에 맞설 것인가”라며 “나는 지쳤다.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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