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이어 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의 강력한 ‘제로코로나 정책’ 때문에 경제가 최악의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해석하기에 따라 시 주석을 겨냥한 언급까지 나오면서 리 총리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26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전날 경제 안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중앙 및 지방 정부 관계자들과 가진 화상 회의에서 “3, 4월 이래 중국 경제가 고용, 산업 생산, 화물 운송 등에서 명확히 저조했다”면서 “중국이 현재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해인 2020년 보다 더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리 총리는 “지금은 올해 한해 경제 추세를 결정할 결정적 시기”라며 “방역을 잘 하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의 이 발언은 경제는 뒷전인 채 코로나19 방역만을 앞세우면서 ‘제로코로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시 주석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이다. 앞서 중국 국가통계국이 밝힌 중국의 올해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은 4.8%에 그쳤다.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5.5%에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상하이 봉쇄 등의 여파가 반영되는 2분기(4~6월)에는 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 주석의 ‘제로코로나 정책’이 수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리 총리가 ‘방역도 중요하지만 경제도 중요하다’는 발언을 하면서 더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리 총리는 “현재 중국 경제가 합리적 성장 구간에서 벗어날 위험성이 크다”면서 “중국처럼 큰 경제가 한 번 합리적인 구간을 벗어날 경우 되돌아오기 위해서는 막대한 대가와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이달 말까지 안정적 성장을 위한 정책 패키지의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제시하라”고 독촉했고 “12개 지방에 감사팀을 파견해 경제 성장을 위한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지 점검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이날 리 총리는 경제성장을 위해 지방 정부의 창조적 경제 정책을 강력하게 주문하기도 했다. 이 발언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시 주석과 리 총리가 마지막으로 강하게 대립했던 ‘노점 경제’를 연상케 한다고 분석했다.
리 총리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6월 당시 바닥으로 추락한 중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쓰촨성 청두시에서 추진했던 노점 경제를 주창했다. 당시 리 총리는 “중국의 빈곤인구가 6억 명에 이른다”면서 “노점 경제는 중요한 일자리 근원으로서 중국 경제의 생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리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절대 빈곤’을 제로로 만들고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풍족하게 생활하는 것) 사회를 이룩했다는 시 주석의 치적과는 상반된 것이어서 전 세계가 ‘중국공산당 1·2인자의 권력 다툼’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이후 베이징에 노점 경제를 적용하려 했던 리 총리의 시도가 무산되고, 시 주석 세력의 힘에 철저히 눌리면서 리 총리는 ‘잊혀진 총리’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리 총리가 강한 톤으로 지방 정부의 ‘창조적 경제 정책’을 주문하면서 리 총리의 무게감은 일정 정도 회복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 2020년 보다 경제가 더 안 좋아진 상황에서 리 총리가 과거처럼 시 주석에게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10월 예정된 당대회에서 리 총리의 영향력도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