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했다.
26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북한의 유류 수입 상한선을 줄이는 내용 등이 담긴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표결 결과는 찬성 13개국, 반대 2개국으로 가결 하한선(찬성 9표)을 넘겼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표를 던져 채택이 무산됐다. 안보리 결의안은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하는 동시에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이 모두 찬성해야 채택될 수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표결 직후 “오늘은 이사회에 실망스러운 날”이라며 “오늘의 무모한 결과는 북한의 위협이 계속 증가하리라는 것, 더욱 위험하게 증가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표결 시작 전엔 “북한은 이사회의 침묵을 처벌 없는 행동과 한반도 긴장 고조의 청신호로 받아들였다”며 “우리는 모든 이사국이 북한의 불법적 행동의 반대편에 서고 이번 결의안 채택에 표를 던지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추가 제재가 현재 상황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표결 이후 공개 발언에서 “북한을 향한 제재 강화는 쓸모없을 뿐만 아니라 이런 조치에 관한 인도주의적 결과에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이 복잡하다며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이 올해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을 여러 차례 시험 발사한 데 대응해 미국 주도로 추진됐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 대북 유류 공급 제재 강화를 자동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의 ‘유류 트리거’ 조항이 추가 대북 제재 추진의 주요 근거가 됐다.
미국은 지난 3월 결의안 초안을 마련해 안보리 이사국들과 논의해왔고 지난 2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일 순방을 마쳤을 때 북한이 ICBM을 비롯해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하자 곧바로 결의안 표결에 들어갔다. 미국은 5월 안보리 의장국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이 불발된 이 결의안은 북한의 원유 수입량 상한선을 기존 400만 배럴에서 300만 배럴로, 정제유 수입량 상한선을 기존 50만 배럴에서 37만5000배럴로 각각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북한이 광물연료, 광유(석유에서 얻는 탄화수소 혼합액), 이들을 증류한 제품, 시계 제품과 부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도 결의안에 담겼다.
북한에 담뱃잎과 담배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게 막는 방안도 추진했는데 이는 애연가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해킹 단체 라자루스,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담당하는 조선남강 무역회사, 북한의 군사기술 수출을 지원하는 해금강 무역회사, 탄도미사일 개발을 주도하는 군수공업부의 베트남 대표 김수일을 자산 동결 대상에 추가하는 내용도 추가 제재안에 포함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유엔 총회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총회에서 해당 문제에 대해 토론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데 따라 조만간 총회에서 거부권 행사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결의는 구속력이 없는 만큼 중국과 러시아가 실제 총회에 참석해 설명할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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