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반도 전쟁 불길’ 거론하며 美 위협…번져 오는 美中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27일 18시 06분



중국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놓은 대북제재 결의안을 두고 ‘한반도 전쟁 불길’ 등을 거론하며 위협한 것은 한반도가 미중 갈등의 새로운 격전지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대사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각각 상대방 최고지도자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도 이례적이다. 대만, 남태평양 등에서 ‘신(新)냉전’을 방불케 하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양국 갈등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며 그 먹구름이 한반도 또한 뒤덮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中 “美, 한반도를 인태전략 ‘체스 말’로 써”

유엔 안보리는 26일(현지 시간) 미국이 제출한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한 표결에 들어갔다. 북한이 25일 ICBM 등 3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나선데 따라 석유 금수(禁輸)조치 등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정족수(9표)를 넘긴 13개국의 찬성표를 받았으나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이 무산됐다.

표결 직후 장 대사는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필연적으로 한반도 상황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한반도 상황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체스 말’로 쓰려고 한다”며 “만약 누군가가 다른 생각을 갖고 동북아시아부터 한반도까지 전쟁의 불길을 퍼뜨리려 한다면 중국 또한 단호한 결단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어떤 사람’은 한반도의 이웃인 중국에 부정적인 의도를 갖고 이런 상황을 바라고 있을 것”이라면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미국이 관련국과 연합훈련을 강화하고 있다며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 ‘쿼드’, 미국 영국 호주 3개국 협의체 ‘오커스’,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합의한 한미 연합훈련 재개 등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 또한 “역내에 새로운 군사 블록을 만들어낸 것은 북한에 대한 이들의 의도에 심각한 의문을 일으킨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 방문에서 북한을 위협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며 중국을 두둔했다.

그러자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도발을 보호하고 있다”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것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일부가 책임을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중국과 러시아를 비난했다.
한미일 VS 북중러 대결 구도 뚜렷

이날 유엔 안보리에서는 한미일과 북중러의 기존 대결 양상 또한 뚜렷하게 나타났다.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안보리 의장국 대사인 자신의 초청으로 회의에 참석한 조현 유엔 주재 한국대사,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유엔 주재 일본 대사에게도 발언권을 줬다. 조 대사는 “북한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탄도미사일 개발에 전념하며 부족한 자원을 하늘로 날려 보내고 있다”고 북한을 비판했다. 기미히로 대사 역시 “안보리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라며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지적했다.

중국이 북한 도발의 책임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돌리고, 미국 또한 이를 한국 일본 등 동맹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당분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이뤄진 한미, 미일 군사훈련을 언급하며 “미국은 한미일 3자 차원의 조치를 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에드거드 케이건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동아시아 수석국장 또한 “(북한에 대한) 도구들의 조합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조건 없는 대화’보다 ‘지속적인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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