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초교 출동 경찰, 인질극 오판
“살아 있다” 신고-총성에도 복도 대치, 국경순찰대가 교실 진입 범인 사살
주정부 “경찰 대응 잘못” 고개 숙여
생존학생, 친구 피 묻히고 죽은 척해… 美사회 충격에도 총기협 포럼 강행
24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당시 출동한 경찰이 범인을 제압할 생각은 않고 복도에서 시간만 허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친구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거듭 신고했지만 이를 총기 난사가 아닌 인질극으로 오판했다는 것이다.
○ “친구들 죽어간다” 절규에도 1시간 방치
텍사스 주정부가 28일 공개한 범행 일지에 따르면 24일 오전 11시 반경 AR-15 소총을 들고 유밸디 롭 초등학교에 온 총격범 살바도르 라모스(18)는 내부가 서로 통하는 4학년 111호와 112호 교실로 난입해 100여 발을 쏴댔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 35분경 학교 내부로 처음 진입했고 지원팀이 속속 도착해 낮 12시 3분에는 경찰관 19명이 범행 현장인 교실 앞 복도에 있었다. 교실에서 총성이 이어졌지만 이들은 교실로 진입하지 않았다. 교실에 있던 여학생의 911 신고가 처음 접수된 때가 12시 3분이었다. 이 학생은 이후 10여 분간 세 차례나 더 911에 “학생들이 죽었다. 학생 8, 9명만 살아 있다”고 알렸다. 12시 19분에도 111호의 또 다른 학생이 신고하는 등 학생들의 911 신고가 최소 8차례 이어졌다.
하지만 복도의 경찰들은 교실로 들어가기를 꺼렸다. 출동한 연방정부 국경순찰대원들이 문을 따고 들어가 라모스를 사살한 시간은 12시 50분이었다. 라모스가 교실에 진입한 지 약 1시간 20분, 학생들의 911 신고가 접수된 지 약 50분 뒤였다. 학교를 1차적으로 지켜야 할 학교 담당 경찰도 범행 당시 자리를 비웠다.
어린이 19명을 비롯해 21명이 희생된 사건에서 경찰 대응은 총체적인 실패였다.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스티브 매크로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찰 대응은) 잘못된 결정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 친구 피 묻히고 죽은 척한 학생도
사건 당시 참혹한 상황도 더 드러나고 있다. 생존 학생 미아 서릴로(11)는 CNN에 “교실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라모스가 교실로 쳐들어왔다”고 말했다. 라모스는 교사에게 “굿나이트(안녕)”라고 말한 뒤 총을 쐈다. 라모스는 총을 난사한 뒤 내부 통로를 따라 옆 교실로 가서 총격을 이어갔다. 다 쏜 뒤에는 슬픈 음악을 크게 틀었다고 한다. 미아는 총격범이 다시 자기 교실로 돌아올까 봐 옆에 쓰러져 숨진 급우의 피를 자신의 몸에 바르고 죽은 것처럼 누워 있었다.
미국이 충격에 휩싸였지만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전미총기협회(NRA)는 27일 총기 참사가 일어난 초등학교에서 약 400km 떨어진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연례 포럼을 강행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악의 존재는 시민을 무장시켜야 하는 가장 큰 이유”라며 총기 규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이날 행사장 앞에는 시위대 500여 명이 모여 “(총기 희생자가) 당신 자식일 수도 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NRA를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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