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은 삼성전자에서 시작해 현대자동차로 끝났지만, 일본에 가서는 그 어떤 기업도 방문하지 않았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자 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방문 일정을 비교하며 “미국의 경제안보에서 일본의 상대적인 지위가 저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저녁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찾았다. 텍사스주에 170억달러(약 21조원) 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기로 한 이재용 부회장에게 사의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22일 현대차를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정의선 회장을 만났다. 현대차 역시 미국 조지아주에 6조3000억원을 투자해 첫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을 짓겠다고 공표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 회장에게 “미국을 선택해 준 것에 감사하다. 미국은 현대차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닛케이는 미국이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기업의 미국 사업 매출액은 2020년 중국 사업을 제쳤으며,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서 안미경미(안보는 미국, 경제도 미국)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닛케이는 진단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관세를 통해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으려 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기술 분야의 공급망 관리를 통한 경제안보를 대중 정책의 골자로 삼고 있다.
반도체 등 4개 중점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우방으로 완결되는 공급망을 구축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둘다 놓치고 싶지 않더라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기로에 놓이게 된다.
애플의 제품 생산을 홍하이정밀공업 등 중국 기업에 의존하다가, 최근 주요 거래처에 중국 집중을 피하라고 요구하며 베트남과 인도 내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의 안보를 둘러싸고 미중 간에 결정적인 단절이 발생할 경우, 일본 기업에 대비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닛케이는 비판했다.
이 매체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일본 방문으로 일본 기업을 방문하는 일은 없었다”면서 “미국의 경제안보에서 일본의 상대적인 지위가 저하되고 있다는 표시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본 기업들은 세계를 강타하는 큰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애매한 입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물론 일부 기업들은 대응하고 있다. 대중 의존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른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으로 조달처를 최소 하나 이상 두는 것이다. 프린터 기판 제조업체인 메이코는 2027년까지 중국 내 생산 비율을 55%에서 40%로 줄여 중국 이외 시장용 제품을 일본에나 베트남에서 만들기로 했다.
나이야 유이치로 메이코 대표는 닛케이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경제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자유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국가의 충돌로 기업 활동이 갑자기 중단될 위험을 부각시켰다고 닛케이는 덧붙였다.
닛케이는 “당장 중국과 관계를 끊는 건 기업에 부담이 크고 현실적이지 않다”며 “유사시 중국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공급망의 구축을 착실히 진행하고, 세계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온리원(only one) 기술을 계속 연마하는 게 결과적으로 중국에 대한 억지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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