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시다 내각의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다. 출범 후 반년이 지난 가운데 여러 매체의 여론조사에서 6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7월 참의원 선거 코앞인 자민당 정권에는 큰 호재다.
27~29일 실시된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66%에 달했다. 지난 21~22일 후지뉴스네트워크(FNN) 조사에선 지지율이 이보다 높은 68.9%로 나타났다.
이 밖에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조사에서도 각각 55.7%, 59%의 지지율을 보였다. 조사방법과 유효 응답률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려우나, 모두 지난해 10월 내각 출범 이후 최고치였다.
요미우리신문과 NHK방송, 마이니치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정권 출범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으며 지난 4월보다 2~4%포인트(p) 증가했다.
정권이 출범한 지 반년이 지나서도 5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건 고이즈미 내각과 아베 2차 내각 이후 세 번째다. 조심스럽게 장기 집권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정치 저널리스트 이즈미 히로시는 지지통신 칼럼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 측근들도 장기 집권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미일정상회담·대러 제재 등 외교·안보 대처 “잘했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 상승 요인은 여러 가지로 꼽히지만 최근 있었던 외교·안보 이벤트가 주요 요소로 지목된다.
최근 기시다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일 때 이뤄진 미일정상회담에서 중국에 대한 억지력 강화를 확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주요 7개국(G7)과 보조를 맞추는 등 일본의 입장을 분명히 하며 강경 대응했다.
이런 행보는 의연하다는 평가와 함께 지지율로도 연결됐다. 최근 닛케이 여론조사에서도 미일정상회담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에 대한 긍정 평가가 모두 60%를 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2만명대로 안정된 것도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 유지 요인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의 코로나19 대책을 긍정 평가하는 비율(62%)이 부정 평가 비율(32%)을 크게 웃돌았다.
아베 내각과 스가 내각은 안일한 코로나19 대책으로 큰 타격을 입은 반면, 기시다 내각은 오미크론 확산 이후 외국인 입국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했다.
언론과의 소통이 활발한 점도 지지율 상승에 한몫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닛케이는 기시다 총리가 사안에 대해 스스로 설명하는 것을 중시해 왔다고 전했다. 외국 정상들과 통화를 할 때마다 기자회견을 열고 그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여기에 러시아뿐 아니라 북한의 무력 도발 등 엄중한 대외 환경과 엔화 약세에 인플레이션까지 겹친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정권을 교체할 여유가 없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정치평론가 후리사카 히데요 JB익스프레스 칼럼에서 “강한 여당과 약한 야당이 너무 뚜렷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닛케이 조사에서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자민당 지지율이 50%에 이르렀다. 2위인 일본유신회는 8%, 3위인 입헌민주당은 7%에 그쳤다.
◇“기시다가 뭘 했다고” 여론조사가 전부 아냐
여론조사가 민의를 전부 반영할 수는 없다. 기시다 내각이 받아든 여론 성적표를 삐딱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 일본 매체 플래시(FLASH)는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기시다 내각의 높은 지지율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기시다 내각이 정책적 성과를 낸 게 없다는 지적이 많다. “물가가 오르는데 소비세 감세나 철폐 따위는 하지 않고 이렇게 지지율이 좋다니 이상하다” “경제정책과 물가상승에 대한 대응은 거의 지지받지 못하는데, 우크라이나-러시아에 대한 대응과 아무것도 안한 듯한 코로나19 대책으로 이 정도까지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나” 등의 의견이 제기됐다.
비판이 집중되는 곳은 경제정책 쪽이다. 기시다 내각이 취임 초부터 내걸고 있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내용은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4월부터는 고용보험료도 인상된다. 아울러 원자재 등의 가격 급등을 이유로 각종 식료품 가격 인상이 잇따랐다.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불만의 소리는 점차 증폭되는 모양새다.
기시다 총리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민을 자극하지 않도록 문제를 미루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플래시는 지적했다.
기시다 내각을 부정적으로 보는 집단도 존재한다. 일본 매체 머니플러스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기시다 내각의 높은 지지율을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총선 당시 내건 정책에 ‘금융소득 과세 재검토 등 ’1억엔의 벽‘ 타파’라고 명기하는 등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뜻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주식 배당금과 양도차익 등에 부과되는 세금을 현행 20%에서 더 올리겠다고 한 발언,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규제하겠다는 발언도 투자자들의 반발심을 자극했다.
닛케이CNBC가 지난 1월27~31일 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을 조사했을 때 지지한다는 응답은 3%에 불과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무려 95.7%에 달했다.
◇지금 지지율 언제까지 갈까…7차유행·경제정책 주목
기시다 내각의 높은 지지율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일단 코로나19 재유행이 언제 다가올지 모른다. 감염병 전문가의 대부분이 대규모 7차 유행을 예측하고 있다. 백신 3차 접종도 눈에 띄게 지연되고 있다. 7월 참의원 선거 전에 만연 방지 등 중점조치 등이 재발령이 되는 상황이 오면 여론은 쉽게 돌아설 수 있다.
경제 위기를 어떻게 탈출할지도 미지수다. 닛케이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의 물가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는 전달보다 10%p 증가한 61%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 조사의 같은 물음에서 부정 응답은 13%p 증가한 66%였다. 닛케이는 “원유 등 물가 상승과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효한 경제정책을 제시해 성장의 길을 그릴 수 있을지가 과제”라고 분석했다.
아베파와 아소파 등으로 나뉜 집권 자민당이 위기 앞에 얼마나 단합된 모습을 보일지도 관건이다. 정치 저널리스트 이즈미는 “참의원 선거 이후 국가의 위기에 결속해야 할 정부·여당이 권력 투쟁을 하게 되면, 총리의 지도력도 엄격하게 추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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