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쓰고 한복 입은 조선 외교관들…美활동 사진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3일 13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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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년 초대 주미전권공사 박정양이 공사관원들과 미국 버지니아주 마운트 버넌에 있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사저를 방문한 사진. 왼쪽무터 무관 이종하, 박정양, 화가 강진희, 서기관 이하영.
1888년 초대 주미전권공사 박정양이 공사관원들과 미국 버지니아주 마운트 버넌에 있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사저를 방문한 사진. 왼쪽무터 무관 이종하, 박정양, 화가 강진희, 서기관 이하영.
구한말인 1887~1889년 초대 주미전권공사(현 주미대사)를 지낸 박정양과 친일반민족행위자 이완용 등의 미국 내 활동 사진들이 발견됐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2일(현지 시간) 간담회에서 조선 외교관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2점을 공개했다.

이 사진들은 2020년 마운트 버넌 워싱턴 도서관이 기증받은 뒤 작년 공사관 측에 고증을 의뢰하면서 세상에 밝혀졌다. 이는 조선의 공식 외교관원이 미국 기관을 방문한 모습을 담은 가장 오래된 사진으로 보인다고 공사관 측은 밝혔다. 지금까지 조선 외교관들의 활동 모습은 그림이나 기록으로만 전해져 왔다.

첫 번째 사진은 1888년 4월 26일 박정양이 공사관원들과 함께 버지니아주 마운트 버넌에 있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사저를 방문한 모습을 담고 있다. 박정양과 함께 무관 이종하와 수행원인 화가 강진희, 서기관 이하영이 현지인들과 함께 서 있다. 이들의 방문은 미국에서 많은 관심과 환영을 받았다고 공사관 측은 설명했다.

박정양은 1887년 8월 초대 공사에 임명됐지만 청나라 위안스카이의 압력으로 출발을 연기하다가 이듬해 1월 17일에야 당시 미국 대통령 그로버 클리블랜드에게 신임장을 전달했다. 사진은 그로부터 3개월 후로 박정양은 청나라의 계속된 압력에 1889년 결국 귀국했고 개항기 총리대신서리와 궁내부서신대리 등을 지냈다.

박정양은 문집 ‘미행일기’(美行日記)에서 이날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사실을 기록하며 “워싱턴의 옛집을 보았다. 평소에 거주하는 곳인데, 방안의 일용하던 기구에서 화원과 운동장까지 살아 있을 때 그대로 보존했고, 부족한 것을 보충해 현재 사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적었다. 당시 참찬관(지금의 서기관 역할)이자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완용, 번역관이자 추후 4대 주미전권공사를 지낸 이채연은 본국으로 일시 귀국길에 올라 함께 방문하지 못했다

1889년 조선 외교관원이었던 을사오적 이완용 등이 미국 버지니아주 마운트 버넌에 있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사저를 방문한 사진. 왼쪽부터 서기관 이하영, 번역관 이채연의 부인, 이채연, 미국 선교사 호레이스 알렌과 알렌의 딸, 이완용, 이완용의 부인.
1889년 조선 외교관원이었던 을사오적 이완용 등이 미국 버지니아주 마운트 버넌에 있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사저를 방문한 사진. 왼쪽부터 서기관 이하영, 번역관 이채연의 부인, 이채연, 미국 선교사 호레이스 알렌과 알렌의 딸, 이완용, 이완용의 부인.
두 번째 사진은 조선에서 돌아온 이완용과 그의 부인, 이채연과 그의 부인, 역시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하영이 1889년 5월 6일 마운트 버논을 방문한 모습을 담았다. 또 당시 조선에서 선교사 및 외교 고문으로 활동했던 호레이스 알렌과 그의 딸도 보인다. 조선인들은 모두 한복에 갓을 쓰고 있었고 손에는 날씨가 더웠는지 양산을 들고 있었다.

이번 자료 고증에 함께 한 동국대 한철호 교수는 “당시 고종의 지시에 따라 미국 현지 제도, 문물 등의 실상을 파악하던 박정양 일행의 모습이 사진을 통해 처음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배재대 김종헌 교수도 “박정양이 그의 문집에서 조지 워싱턴을 여러 차례 언급하고 마운트 버넌 방문을 중요하게 서술한 것은 조선의 자주독립을 위한 노력 때문”이라고 했다. 김상엽 공사관장은 간담회에서 “한미 외교사 관련 기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관련 자료를 향후 전시회에서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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