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퍼펙트스톰’ 위기…1970년대 ‘석유 파동’보다 무서운 이유

  • 뉴스1
  • 입력 2022년 6월 3일 14시 39분


휘발유부터 천연가스, 석탄까지 거의 모든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전세계가 1970년대식 석유파동 혹은 그 이상의 위험에 놓였다고 CNN방송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에너지 부문 투자가 감소한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석유파동이 재현될 우려가 커졌다. 더 큰 문제는 과거와 달리 현재 위기는 석유에 국한하지 않고 에너지 전반이 들썩인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이번주 독일주간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석유, 가스, 전기 위기가 동시에 발생했다”며 “1970년대, 1980년대에 비해 훨씬 큰 위기로 장기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너지 시장은 ‘완벽한 폭풍’(퍼펙트 스톰) 위기에 봉착했다. 그동안 투자부족으로 이미 공급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팬데믹 이후 수요는 강력해졌고 전쟁까지 터졌다. 에너지 위기는 경제 회복을 위협하며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겨 사회 소요사태를 일으키고 기후변화 대응을 늦출 수 있다.

에너지 가격이 높은 것만 문제가 아니다. 이상 기온과 가뭄으로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릴 위험도 있다. 지난달 미국 전력당국은 올여름 심각한 전기부족으로 정전과 단전이 잇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늘날 에너지 위기는 단순히 전쟁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가 급감한 영향도 상당하다. 국제에너지포럼(IEF)에 따르면 석유, 가스섹터에 대한 업스트림(개발) 투자금은 지난해 3410억달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5250억달러보다 23% 낮은 수준이다. 최대 자금이 쓰였던 2014년의 7000억달러에 비하면 훨씬 적다.

각국이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했고 한정된 화석연료는 미래가 불확실했으며 수 년 동안 저유가가 지속된 탓이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프란치스코 블랜치 글로벌 원자재 본부장은 “탄소배출을 감축하려는 의지에 화석연료 투자 매력은 떨어졌고 이로 인해 가격 변동성이 심해져 공급측면 문제를 해결하기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에너지 위기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외교적 노력에 힘입어 전쟁이 끝나 대러시아 제재가 풀려 공급 부족이 단번에 해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혹은 이란 핵합의가 재타결되거나 중국의 경기둔화가 더 심각해지거나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모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추가 증산을 결정하면 이번 위기가 한풀 꺾일 수 있다고 비롤 사무총장은 예상했다. 실제 이날 OPEC은 올여름 원유생산량을 기존보다 50% 많은 일평균 64만배럴 추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추가 증산분이 시장 수요를 충분히 충족할 만큼 많이 않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했다.

또 에너지 수요의 붕괴를 야기할 만큼 깊은 침체가 발생하면 에너지 위기는 한풀 꺾일 수 있다고 CNN방송은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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