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 인플레이션 ‘타깃’된 슈퍼마켓들
지난달 중순 전 세계 주식 투자자들은 섬뜩한 한 주를 보냈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의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주가가 추락하면서 시장이 주저앉아버렸다.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각각 3.57%, 4.04% 급락했다. 두 지수의 하루 하락 폭은 2020년 6월 이후 가장 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4.73% 떨어졌다.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이 빌미가 됐다. 소매유통업체인 타깃의 1분기 순이익이 반 토막 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이날 24.9% 폭락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도 유가와 인건비 등을 이유로 올해 순이익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대폭 낮췄다. 월마트의 주가 역시 11% 떨어졌다. 하루 뒤, 7%가 추가로 빠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블랙먼데이(주가 대폭락 사건) 직전인 1987년 10월 16일 이후 하루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고 했다. 이틀 동안 두 회사는 시가 총액 650억 달러(약 80조5600억 원)를 잃었다.
가뜩이나 시장에 공포 심리가 가득한 상태였다. 당시 다우지수는 6주 연속 떨어지고 있었고, 스탠더S&P500과 나스닥도 4주 연속 하락세였다. 이후에도 다우지수는 2주 간 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1923년 이후 99년 만에 최장 하락세를 기록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주식시장이 몇 년 동안 치솟았다가 지구로 돌아왔다”며 “파티는 끝났다”고 평가했다.
● 값싸고 풍요로운 시대의 종말
두 업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이어진 공급망 문제와 인건비, 운송비 상승 등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영향이 컸다는 의미다.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종종 유통업체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마트나 슈퍼마켓은 주로 필수품을 팔기 때문에 비용 상승분을 고객에게 떠넘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비(非)필수품의 가격을 덩달아 올려 수익을 남기기도 한다.
문제는 현재의 물가 수준이 이러한 전략으로 비용을 상쇄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는 것이다. 올해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5%를 기록했다. 40년 만에 최고 수준의 상승폭이다. 영국 역시 4월 CPI가 9% 올랐다. 1982년 3월(9.1%) 이후 상승폭이 가장 높았다. 5월 유럽(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8.1%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월 7.4%의 기록을 재차 깼다. 스리랑카 등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를 넘긴 개발도상국도 속속 등장했다.
체감이 잘 안 된다면 기름값을 떠올리면 된다. 지난달 21일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46.5원이었다. 30%의 유류세(246원) 인하가 없었다면 2300원에 육박했을 것이다. 올해 초 1600원대에 기름을 넣었던 것을 떠올리면 무시무시한 상승세다.
● 무엇이 고(高) 물가를 일으켰나
인플레이션은 돈의 가치 하락이나 제품 가격의 광범위한 상승을 반영한다. 당장 코로나19로 각국이 풀어놓은 돈부터 떠오를 것이다. ‘헬리콥터 머니’(막대한 통화공급 확대)로 불리는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이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은 정말 많은 돈을 뿌렸다. 2020년 4월과 12월 각각 2조2000억 달러(약 2668조 원), 9000억 달러(약 1091조 원)를, 지난해 3월 1조9000억 달러(약 2304조 원)의 돈을 풀며 강력한 재정 부양에 나섰다.
미국은 경기 부양책마다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개인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썼다. 이에 따른 소비 폭발이 물가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쉽게 말해 수요가 공급을 앞질러 각종 제품들의 가격을 끌어 올렸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이와 관련한 논란이 있었다. “너무 돈을 많이 푸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해 “우리가 한 세대 동안 보지 못했던 인플레이션 압력이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 부양책 규모가 코로나19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부족분의 2배에 달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인플레이션이 ‘돈 풀기’ 때문만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클라우디아 샘은 “샌프란시스코 연방 준비 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구제 계획은 인플레이션의 3%포인트만을 차지했다”고 지난달 이코노미스트에 밝혔다. 영향은 미쳤는데, 결정타는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 과잉 수요와 공급 부족, 그리고 전쟁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전 세계적 위기 상황을 일으킨 코로나19 대유행을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수요보다 공급에 주목했다. 공장 폐쇄, 인력 부족 등 공급망 혼란으로 제품이 제 때 조달되지 못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량 반도체 부족으로 여러 자동차공장이 일시 폐쇄된 것이 단적인 예다. 수요가 공장이 가동되는 곳으로 몰리면서 가격을 상승시켰다.
공급망 관리에서 비용 문제도 크게 작용했다. WSJ은 최근 “트럭 운전사나 항구의 창고 공간이 모두 공급 부족 사태”라며 “제품을 보관하고 운반하는 비용이 전반적으로 올라갔다”고 전했다.
인건비 영향도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에서는 올해 초부터 인력난이 심각했다. 코로나19에 걸릴 것을 두려워하거나, 가족 중 발생한 확진자로 돌봄이 필요해서 등을 이유로 사람들이 일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정부 지원금과 지난해 가격이 뛴 주식·부동산 자산을 믿고 일을 쉬는 이들도 꽤 된다고 한다.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보니 기업들은 연봉 인상에 나섰다. 인건비 인상(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은 제품·서비스 가격 상승(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고, 물가 상승으로 직원들은 월급을 더 올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악순환이다.
여기에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 심리(기대 인플레이션)가 작용하면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까지 사는 이들도 합세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방아쇠’는 따로 있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다. 산유국 러시아가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글로벌 에너지·식량 가격이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 러시아는 유럽연합(EU) 가스 공급량의 약 40%를 담당했다. 현재 다수 유럽 국가들은 전쟁에 따른 제재로 기존에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던 물량을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 공급은 줄어들었는데, 수요는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경제활동 재개로 늘어나면서 가격이 껑충 뛰게 된 것이다.
두 국가가 세계 밀 수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9%나 된다. 우크라이나 생산 곡물이 현지에 묶였고, 인도 등 다른 주요 공급처들도 자국부터 공급하겠다면서 공급량을 줄이고 있다. 전 세계 식량 가격이 뛰는 이유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오던 중국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 조치를 단행한 것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 100조 달러로 살 수 있는 ‘계란 세 개’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그렇게 중요할까. 물가 상승은 사람들의 저축을 잠식하고, 쓸 수 있는 돈의 한도(가처분소득)를 쪼그라들게 만든다. 예금 금리가 4, 5% 돼도 물가가 연 10%씩 오르면 은행에 돈을 묶어 둘수록 손해인 셈이다. 대안으로 현물을 산다면, 물가가 더 오르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작용해 상황이 심각해진다.
역사적으로 물가 때문에 경제가 무릎 꿇은 적이 종종 있었다. 이코노미스트는 “1920년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초인플레이션 기간 동안 사람들의 저축이 증발해 중산층이 사라졌다”며 인플레이션이 파시즘 부상의 초석이 됐다고 평가했다.
짐바브웨도 2000년대 들어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었다. 2008년 짐바브웨의 물가상승률은 2억 퍼센트가 넘었다. 1달러 짜리를 2억 달러 주고 사야 하는 상황이 온 것. 짐바브웨에서는 ‘100조 짐바브웨 달러’ 지폐까지 발행했는데, 이 종이 한 장으로 살 수 있는 것은 계란 세 개 정도였다. 로버트 무가베 정권의 국가 재정이 어려워지자 화폐를 많이 찍어낸 것이 발단이 됐다. 결국 짐바브웨는 자국 화폐 사용을 금지하고 미 달러를 통용 화폐로 썼다.
천하무적 ‘달러’를 지닌 미국도 물가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다. 베트남 전쟁과 석유 파동을 겪은 미국은 물가를 잡기 위해 1979년 10월 한 번에 4%포인트 금리를 끌어 올렸다. ‘킹왕짱 빅스텝’이라고 불러야 할까.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것을 빅스텝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후 꾸준히 금리를 올려 1981년 기준금리가 21.5%에 달했다. 뒷골목 사채(私債)가 아니라 기준금리가 20%를 넘긴 것이다.
당시 물가와의 전쟁을 벌였던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은 “오늘 1달러로 살 수 있는 만큼을 내일도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유지하는 게 통화정책의 근본적인 의무”라고 회고록에서 강조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지난달 미 연준은 2000년 이후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까지 직접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그들의 작업(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외신들은 이들의 만남 자체가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WSJ은 “역대 대통령들이 연준 의장과의 만남이 잦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회동이 이례적”이라고 평했다.
이 미팅은 방탄소년단(BTS)의 백악관 방문 약 2시간 전에 이뤄졌다. 11월 미 중간선거 때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 중 하나로 인플레이션이 꼽히면서 바이든 대통령도 해법 찾기에 고심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은행 또한 26일 두 달 연속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2016년 이후 6년간 제로 금리를 유지했던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르면 7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주요국 중앙은행은 최근 3개월간 금리를 60회 이상 올렸다. 향후 6개월 안에 세계 주요 20개 중앙은행 중 16곳(80%)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FT는 “최근의 인상은 전 세계 긴축 사이클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 “나는 모든 것을 계획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오는 것은 계획하지 못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추세는 사람들이 주머니 사정을 더 면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경제 상황을 경험한 적 없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마트에서 찍힌 식료품 영수증 내역이 당황스러울 수 있다. 어쩌면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고려했던 여행 계획을 취소해야 할지 모른다. WSJ은 “평생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적 없는 이들은 소비를 줄이는 것 이상의 대처 방법을 정말 모를 수 있다”고 했다. 또 “2008년 금융 위기, 전염병, 인플레이션과 주택 가격의 상승을 겪은 이 세대는 쉴 틈이 없는 것 같다”며 “그래서 그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정당하다”고도 했다.
값싸고 풍요로운 시대의 종말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부자들은 여전히 여유가 넘치는 듯 하다. 월마트 등 대형마트의 실적 발표 이후 미국의 백화점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공개했다. 미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는 1분기 매출이 53억4800만 달러(약 6조64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다고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2억8600만 달러(약 3500억 원)로 178% 급증했다. 다른 미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도 1분기 매출이 시장 추정치를 웃돌았다. 이날 메이시스와 노드스트롬 주가는 각각 19.3%, 5.3% 상승했다.
저가할인점들의 실적 선전도 눈에 띄었다. ‘미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1달러 매장 달러트리의 1분기 순이익은 5억3600만 달러(약 6700억 원)로 전년 동기보다 43% 늘었다. 또 다른 저가 할인점 달러제너럴은 올해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3.0~3.5%로 올렸다. 26일 두 기업 주가 역시 각각 21.9%, 13.7% 뛰었다.
중간 가격대의 대형마트의 실적은 고꾸라졌지만, ‘소비 양극화’로 백화점과 저가할인점만 선방한 것이다. 씁쓸한 성적표다.
● 누가 롤러코스터의 맨 앞자리에 타고 있나
인플레이션은 공평하지 않다. 급격한 물가 상승에 따른 부작용은 극빈국이나 개발도상국에게 특히 가혹하다. 대체적으로 외화가 부족하고, 식량과 연료 등 필수 품목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는 계층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 국가에서는 식량과 에너지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주요국 금리 인상으로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외화 유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스리랑카는 지난달 19일 7800만 달러(약 998억 원)의 대외 채무를 갚지 못하고 결국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1948년 건국 후 최초의 ‘국가부도(디폴트)’ 선언이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참여하며 생긴 막대한 빚이었다. 코로나19로 핵심 산업인 관광업이 무너졌고, 외화 유출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스리랑카의 4월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은 33.8%였다. 전문가들은 구매력 평가 기법 등을 활용해 이를 다시 측정할 경우 전년 대비 122%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리랑카의 통화는 한 달 만에 40%나 곤두박질쳤다.
스리랑카만큼은 아니지만, 반정부 시위나 폭동이 일어나는 등 아슬아슬해 보이는 국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4월 기준으로 전년 보다 물가가 58%나 올랐다. 한 달에 물가가 6%씩 오르는 상황이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아르헨티나의 누구도 상품 가격을 정확히 모른다”며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반정부 시위로 유혈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의 빈곤층은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루에서도 석유와 비료 가격이 급등하자 농민과 운송업 종사자들이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시위 진압으로 6명이 사망했다. 밀 의존도가 80%에 이르는 레바논 경제는 붕괴 직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경기 ‘둔화’냐, ‘침체’냐…연준의 ‘멜론 껍질 까기’
금융 시장의 투자자들은 현재의 국면이 경제 성장률이 줄어드는 ‘경기 둔화’냐, 아니면 성장 자체가 꺾이는 ‘경기 침체’냐에 주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거세게 올렸다가 기업들의 실적이 쪼그라들면서 경기가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주가는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과 기업의 미래 이익 감소를 반영한다. “곧 침체에 돌입할 것이다”, “잠시 둔화됐다가 다시 정상화될 것이다” 등 의견이 엇갈린다.
지금은 모두가 연준만 바라보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언제까지 올릴지, 향후 경제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각국 경제에 그만큼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 가치가 올라가고, 경제 체력이 약한 나라일수록 달러가 빠르게 빠져나간다. 그래서 자국 화폐 가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금리를 따라 올린다. 기업들의 수출입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심을 놓을 수 없다.
연준은 경기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금리를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전쟁이나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 공급 측면은 어떻게 손 댈 방법이 없으니, 수요(소비)를 어느 정도 줄여서라도(경기를 훼손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것이다.
대신, 인플레이션만 잡히면 다시 금리를 내려서 경기를 끌어 올리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근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가 “9월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고, 연준 대표 ‘매파’인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내년에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까지 했다. 불라드 총재는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릴수록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을 더 잘 잡게 돼 유리한 여건이 된다”며 “2023, 2024년에 기준금리를 다시 인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잡기’는 맛있는 부분을 최대한 남기는 ‘멜론 껍질 까기’를 연상케 한다. 시장은 연준이 멜론 알맹이까지 홀라당 깎아 먹을까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주식 시장만 보면 대다수가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듯하다. 지난해 연준이 “현재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일까. “경기는 크게 훼손되지 않을 거야”라고 여러 번 말해도 잘 믿지를 못하는 분위기다.
● 인플레이션 엔데믹
경기 침체는 과도한 우려라는 분석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OECD 국가들의 가계에 팬데믹 기간 동안 축적된 (GDP의 8%에 달하는) 4조 달러의 저축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생각과 달리 이 금액은 부자의 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저소득 가정의 은행 계좌는 2019년보다 지난해 말에 여전히 65% 더 두둑했다”고 했다. 금리 인상 등으로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고 있지만, 아직 통장에 돈이 많이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는 이 여력이 상품 구매 대신 여행, 레스토랑 예약 등 서비스 수요로 분산돼 인플레이션 진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9일 “지출이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며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상품 지출은 4월까지 감소했으며 서비스 지출은 같은 기간 7% 늘었다”고 했다. “다만, 소비자 지출의 변화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지,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도 했다.
각국 정부의 고군분투에도 과거처럼 낮은 물가로 돌아가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러시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이미 건너버렸고, 미국과 중국이 예전처럼 친하게 지낼 것 같지도 않아서다. 수년 간의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을 없던 일로 쳐야 한다는 의미다. 미·중 갈등 등 탈세계화 조짐에 따른 공급망 재편도 비용 상승의 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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