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행사에 직접 참석하진 못했지만 마음은 항상 국민과 함께 있습니다. 가족 도움을 받아 최선을 다해 여러분을 계속 섬기겠습니다.”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4일간의 ‘플래티넘 주빌리’ 행사가 끝난 5일(현지 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96)은 영국민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전날까지 사흘 연속 플래티넘 주빌리 주요 행사에 불참해 여왕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대한 반응이라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BBC에 따르면 여왕은 이날 성명에서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와 70주년을 축하해줬다. 겸허한 마음으로 깊이 감동했다”면서 “새로운 유대감이 여러 해 동안 계속 느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플래티넘 주빌리 대미를 장식한 행사는 1953년 대관식 때 여왕이 행진한 버킹엄궁에서 웨스트민스터사원까지 약 3㎞ 구간에서 벌어진 퍼레이드였다. 1만여 명이 행진한 이날 행진에는 대관식 때 여왕이 탔던 길이 7.3m, 무게 4t 황금마차가 다시 등장했다. 황금마차에는 대관식 때 여왕 모습을 담은 홀로그램이 투영됐다.
약 1500만 파운드(235억원)가 투입된 퍼레이드가 시작되려 하자 여왕은 초록색 투피스 치마 정장 차림에 지팡이를 짚고 버킹엄궁 발코니에 나타나 운집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왕위 계승 1순위 찰스 왕세자와 커밀라 왕세자빈, 2순위 윌리엄 왕세손 및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과 이들의 장남 조지 왕자, 장녀 샬럿 공주, 차남 루이스 왕자가 함께했다. 시민들은 국가 ‘하느님, 여왕을 지켜 주소서(God Save the Queen)’를 부르며 화답했다.
고령의 여왕에게 영국민의 기대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민 58%는 ‘여왕이 살아있는 동안 군주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여왕 종신 집권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여왕이 은퇴하고 왕좌를 물려줘야 한다’는 응답은 26%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여왕이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면서도 통치를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여왕은 찰스 왕세자 등에게 왕의 임무를 많이 나눠주겠지만 승계는 여왕 사후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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