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106일, 루한스크 점령 문턱 격전 심화…일진일퇴 막판 공방

  • 뉴시스
  • 입력 2022년 6월 10일 12시 12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6일째인 9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이 루한스크 주(州) 완전 점령 문턱에서 막바지 총공세를 퍼부었다. 양측 모두 세베로도네츠크 함락과 사수에 각각 사활을 걸면서 대규모 병력 손실이 발생했다.

퇴각이 점쳐졌던 우크라이나 군이 세베로도네츠크에서 결사 항전을 이어가면서 완전 점령 시점이 다소 늦어지는 분위기다.

러시아 군은 일진일퇴 격렬한 공방전 속에 화력 자산을 앞세워 세베로도네츠크 내 잔여 우크라이나 병력을 소탕하는데 주력했다. 강 건너 위치한 리시찬스크를 향한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군의 퇴각로 차단도 계속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군은 동부 돈바스-남부 헤르손-크름반도로 이어지는 러시아의 남동부 전선에 대한 공략을 시도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남부 요충지 헤르손 지역의 탈환을 목표로 한 돌파구 마련에 주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CNN, 뉴욕타임스(NYT), 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군과 우크라이나 군 모두 세베로도네츠크에서 많은 사상자 발생 속에 일진일퇴의 공방을 주고 받는 격전을 벌였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BBC 인터뷰에서 “매일 100명에서 200명의 우크라이나 군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 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60~100명이 전사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늘어난 수치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세베로도네츠크에서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러시아군의 손실은 우리의 손실보다 훨씬 크다. 러시아 군은 파리처럼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방 당국 역시 아군의 피해보다는 러시아 군의 병력 손실이 더 크다는 점을 부각했다. 러시아 군의 피해를 강조하는 것으로 불리한 전세 속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러시아는 (아군의) 강력한 반격에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해도 단순한 물량공세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위원회(NSC) 의장은 “그들은 병력을 아끼지 않고 총알받이처럼 투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트로 쿠지크 우크라이나 국가수비대 대대장은 우크라이나 국영TV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퇴각 대신 세베로도네츠크에서 항전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 관해 “진지를 유지하라는 명령이 있었다”면서 “우리는 그들(러시아 군)을 붙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세베로도네츠크에서의 러시아군 포격이 양측의 병력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포격 강도가 낮아지기를 기다려 수세적 방어에서 소규모 반격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군이 대규모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크렘린이 정한 세베로도네츠크 완전 점령 시한인 10일까지는 퇴각 없이 최대한 버티기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BBC 인터뷰에서 “특별 군사작전이 (예정 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누구도 3일이나 7일 안에 끝날 거라고 약속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전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당연히 미세한 전술적 변화는 있다. 하지만 계획은 진행되고 있다”며 “일부 전문가들이 군사 작전이 교착 상태에 빠져 당초 예상했던 속도 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하지만,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방부가 이틀 전 루한스크 주를 97% 점령했다고 발표하며 시점 내 완전 장악 목표 달성에 자신감을 내비친 것과 비교해 사뭇 달라진 반응이다. 네벤자 대사 인터뷰는전투가 계획 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군은 동부, 중부, 남부 등 우크라이나 교통 요충지를 타깃으로 한 공습도 병행했다. 인프라 파괴를 통해 우크라이나 군의 병참선을 끊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공습으로 풀이된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러시아 군이 콘크리트를 관통하는 대구경 로켓을 활용해 리시찬스크를 타격했다”면서 “리시찬스크의 대피소에 있는 시민들에게 매우 위험하다”고 밝혔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그러면서 “최근 더위로 인해 시베르스키 도네츠 강의 수위가 많이 떨어졌다”면서 “이는 곧 러시아 군이 한 때 단념했던 도하작전을 다시 재개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리시찬스크는 시베르스키 도네츠 강을 끼고 세베로도네츠크와 마주보고 있는 도시다. 세베로도네츠크에서 후퇴할 경우 우크라이나 군이 방어진지를 구축할 곳이다. 러시아 군이 원거리 포격 뿐만아니라 도하 작전을 통한 섬멸에 나설 수 있음을 사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군은 또 우크라이나 군 핵심 주둔지가 위치한 크라마토르스크에도 포격을 감행했다. 남동부 자포리자를 중심으로 남동쪽에 위치한 코미슈바우카, 서쪽의 크리브 리 지역에도 공습도 전개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일일 상황보고를 통해 러시아 군이 드론을 통한 항공 정찰을 통해 크라마토르스크를 미사일로 정밀 타격했다고 밝혔다. 또 총참모부에 따르면 러시아 군은 남부 교통 요충지 멜리토폴 북쪽에 위치한 코미슈바우카도 포격했다.

CNN은 러시아 군이 자포리자 서쪽에 위치한 크리브 리 지역에 포격을 가해 179채의 가옥과 2개 학교 건물, 병원, 유치원 등이 파괴됐으며, 6명이 사망했다고 발렌틴 레즈니첸코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군정청장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외에도 올레그 시네구보우 하르키우 주지사 겸 지역사령관은 러시아 군이 북부 하르키우 북동쪽 마을을 향한 공습을 가해 5명이 숨지고, 14명이 부상 당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군은 남부 헤르손 주에서 일부 반격을 시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아군이 헤르손에서 반격을 가해 점령 당했던 일부 영토를 회복했다”며 “러시아 군은 인력과 장비를 잃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탈환한 영토의 위치와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동부 돈바스 전선에서의 구체적인 전투 상황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는 것과 달리 헤르손 지역에서는 전과를 함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은 헤르손을 중심으로 남부 전선에 돌파구 마련하기 위해 전차·기갑부대 중심으로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군이 오데사-헤르손-멜리토폴-크름반도로 연결되는 남부 교통요충지 미콜라이우 주 공략을 시작으로 러시아 점령 영토 회복을 지속적으로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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