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9일(현지 시간)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1년 만에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미국 역시 8%대 물가상승률이 계속돼 중앙은행의 빠른 긴축이 불가피하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현행 0%인 기준금리를 7월에 0.25%포인트 높이고 9월에도 물가 전망이 개선되지 않으면 더 큰 폭으로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ECB는 2016년 3월 기준금리를 0%로 낮춘 뒤 지금까지 제로(0)금리를 유지해왔다. 또 7월 1일자로 자산매입프로그램(APP)에 따른 채권 매입도 종료하기로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는 단지 한 걸음이 아닌 여정”이라며 긴축을 당분간 이어나갈 뜻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현재 8%가 넘는 물가상승률을 목표치 2%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ECB는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경제의 악재를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월의 3.7%에서 2.8%로, 내년 전망치도 2.8%에서 2.1%로 크게 낮췄다.
미국도 급격한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오전 발표될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달과 비슷한 8.3% 수준으로 월가는 전망했다. 3월의 8.5%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이 지속되면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0.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는 ‘빅 스텝’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을 높여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큰 폭으로 떨어뜨리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 경기 전망도 악화되고 있다. 9일 워싱턴포스트(WP)와 조지메이슨대 공공행정대학원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66%는 ‘내년에도 물가상승세가 많이 또는 다소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소비자의 물가상승 기대치가 커지면 근로자 임금 인상 요구가 높아져 기업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실제 물가상승률에 악영향을 준다.
기업도 경기 침체에 대비하고 있다. 미 CNBC방송이 주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2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응답자 68%는 경기 침체 시기로 2023년 상반기(1~6월)를 꼽았다. 또 현재 32,000선을 약간 넘는 뉴욕증시 대표지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30,000선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응답도 77%나 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 위험이 평소보다 훨씬 높다”면서 2년 안에 침체에 빠질 확률을 50%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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