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예상치 8.3%보다 더 높아… 금리 0.5%P 인상 ‘빅스텝’ 이어질 듯
ECB, 내달 11년만에 금리 0.25%P↑… ‘제로금리’ 끝내고 9월도 인상 예고
치솟는 물가에 글로벌 긴축 확산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달(8.3%)보다 오른 전년 대비 8.6%로 나타났다. 월가 예상치(8.3%)를 웃돈 것은 물론이고 최근 가장 높았던 올 3월 8.5%보다도 높아 1981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미국 내에서는 인플레이션이 1분기(1∼3월)에 정점을 찍고 서서히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현실은 오히려 더 악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회의에 이어 0.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는 ‘빅 스텝’ 기조를 한동안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급격한 긴축은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높여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 노동부는 “주거비와 휘발유, 식료품 가격이 전체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이 밖에도 항공요금, 중고차 및 신차 가격, 의료비 등 거의 모든 품목에서 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물가 전망도 어둡다. 9일 워싱턴포스트(WP)와 조지메이슨대 공공행정대학원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66%는 ‘내년에도 물가 상승세가 많이 또는 다소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소비자의 물가 상승 기대치가 커지면 근로자의 임금 인상 요구가 높아져 기업의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실제 물가 상승률에 악영향을 준다. 기업도 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에 대비하고 있다. 미 CNBC방송이 주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2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응답자 68%는 경기 침체 시기로 2023년 상반기(1∼6월)를 꼽았다.
유럽중앙은행(ECB)도 9일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1년 만에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ECB는 이날 현행 0%인 기준금리를 7월에 0.25%포인트 높이고 9월에도 물가 전망이 개선되지 않으면 더 큰 폭으로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ECB는 2016년 3월 기준금리를 0%로 낮춘 뒤 지금까지 제로(0)금리를 유지해 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는 단지 한 걸음이 아닌 여정”이라며 긴축을 당분간 이어 나갈 뜻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현재 8%가 넘는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 2%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ECB는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경제의 악재를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월의 3.7%에서 2.8%로, 내년 전망치도 2.8%에서 2.1%로 크게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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