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열렸다. 양국 장관은 고조하는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우려 및 단합 대응 의지를 공유하고, 북한 문제를 양국 정책 최우선순위로 꼽았다.
◆“北핵실험 단합·확고 대응…도발할수록 더 고립될 뿐”
박진 외교부장관은 13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핵실험을 포함한 어떤 북한의 도발도 우리 동맹과 국제사회의 단합되고 확고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보당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끝냈고, 언제든 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는 상황이다.
박 장관은 “북한은 또 다른 핵실험 준비를 마쳤으며,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라며 “북한이 또 다른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이는 오직 우리의 억지와 국제적 제재를 강화할 뿐이며, 북한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이 배워야 할 교훈은 더 도발할수록 더 고립된다는 것”이라며 “이는 그들 자신의 국가 안보를 약화한다”라고 했다.
북한의 위협적 수사도 지적했다. “북한의 전략핵무기 사용에 관한 점점 더 늘어가는 공격적인 수사(rhetoric)에 특히 우려를 표명한다”라는 것이다. 박 장관은 아울러 이날 블링컨 장관과 “북한 문제는 미국과 한국의 최고 정책 우선순위라는 점에 동의했다”라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 역시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며 “북한이 실험 준비를 마쳤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극도로 경계하고 있으며, 북한이 실험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국·일본부터 시작해 동맹·파트너국가와 긴밀하게 접촉 중”이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특히 한국·일본 등과 긴밀한 조정을 통해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 군사 태세를 장·단기적으로 적절하게 조정할 준비가 됐다”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핵실험은 위험하며, 그 지역에 매우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의 도발이 국제법 위반이자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런 취지로 “북한이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을 삼가기를 촉구한다”라며 “진지하고 일관된 외교에 관여하기를 촉구한다”라고 했다.
◆“北과 전제 조건 없는 대화 계속 추구”…압박은 계속
북한과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추구한다는 방침은 이날 회견에서도 재확인됐다. 다만 현존 제재 유지 및 압박 계속 의지도 강조했다.
박 장관은 “우리는 북한과의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추구한다”라며 “북한이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을 중단하고 대화로 복귀하기를 촉구한다”라고 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관련 인도주의 원조 제공 의사도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 역시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으며, 전제 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전제 조건 없이 관여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현재까지는 북한의 응답을 받지 못했다”라며 현재까지는 북한의 응답 대신 ICBM 시험 발사 등만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탄도미사일이 제기하는 위협에 서로 긴밀하게 조정한다”라며 “최근의 증가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실험은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에 긴장을 드리웠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우리의 목표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역내와 세계”라며 “북한이 경로를 바꿀 때까지 우리는 계속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 양 장관은 북한 상대 신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안 추진도 이날 회담에서 논한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이와 함께 “현존 제재 이행의 구멍을 메우고 제재 체제를 강화할 구체적인 방안도 논의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재차 북한과의 대화·외교에 열려 있다며 “더 유연하고 개방적인 외교적 접근법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은 오직 동맹 억지력을 강화하고 더 강한 국제적 제재 조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조기 재가동 합의…“연합훈련 규모 논의”
박 장관은 이날 “블링컨 장관과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조기 재가동에 합의했다”라고도 밝혔다.
그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가 가능한 한 빨리 재가동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라며 “이는 한국의 안보와 평화, 안정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논의에 필요 시 전략 자산의 적시 배치도 포함된다고 했다.
아울러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한반도의 더 안전한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블링컨 장관도 이날 “미국은 확장억제에 전념한다”라며 향후 몇 주 안에 관련 작업이 이뤄지리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의 잠재적인 도발에 대비한 방위 역량을 보장해야 한다며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규모 등에 관해 논의 중이라고도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자국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평화로운 차이 해결이라면서도 “우리는 어느 쪽이든 준비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북한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라며 “핵실험을 하고 스스로 고립되거나, 옳은 결정을 내리고 대화와 외교로 복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북한이 후자를 택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북한에 설득하는 데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라고도 했다. 그는 이와 함께 현재 상황을 “중요하고 중대한 시점”이라며 “북한이 미래를 보고 옳은 결정을 내리기를 희망한다”라고 했다.
◆ 美 주도 ‘IPEF’도 언급…“中과 다른 나라 ‘디커플링’ 추구 안 해”
이날 회견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 한·일 순방 기간 정식 발족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도 비중 있게 거론됐다. 특히 미국의 인도·태평양 관여 강화 속 한·중 관계 악화에 관한 우려도 질문에서 나왔다.
블링컨 장관은 이에 “우리가 세계에서 맺는 관계는 ‘제로섬’이 되도록 고안되지 않았다”라며 중국과 다른 국가 간 경제·투자 관계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의 접근법은 중국을 저지하거나 억누르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경제와 무역 관계에서 호혜성의 부족은 용납할 수 없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라며 “중국은 우리가 부과하지 않는 조건을 중국에서의 투자와 무역에 관여하는 기업과 기업인에게 부여한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투자와 무역을 지지하는 상황에서도 전략적으로 중요하거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다며 “실제 중국 법에 따르면 투자와 사업에 관여하는 기업은 이런 경제 관계로 얻은 모든 정보를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런 맥락에서 바이든 행정부 대중국 전략이 “우리가 통상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라고 부르는 것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IPEF의 기본적 접근법은 어떤 국가도 배제하거나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참가국이 무역, 공급망, 에너지, 재생에너지, 세금, 부패의 영역에서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역내 미래를 논의하고 새로운 법과 규범을 창출할 더 포괄적이고 투명하며 유연한 장을 갖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정한 문제는 중국이 역내에서 상호 이익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규범과 규정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취지로 “IPEF가 새로운 역내 무역·투자, 경제 안보 프레임워크 수립을 통해 미래를 위한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 기자회견 ‘화기애애’…블링컨, BTS·트와이스 언급도
박 장관과 블링컨 장관은 이날 첫 공식 외교장관 회담을 겸해 실무 오찬도 함께했다.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블링컨 장관은 회견을 시작하며 이날 회담을 “극도로 생산적인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블링컨 장관은 아울러 “우리는 양국 간 또 다른 매우 주목할 만한 회동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며 “방탄소년단(BTS)이 미국의 ‘BTS 아미(BTS 팬클럽 명칭)’를 위해 백악관을 방문했다. 이는 매우 신나는 날이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나 자신에게도 또 다른 ‘K-팝’의 순간이 있었다”라며 몇 주 전 토크쇼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버트’를 거론하기도 했다. 몇 주 전 해당 쇼를 방문했는데, 당시 K-팝 그룹 ‘트와이스’를 보려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는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몇 분 동안 나는 ‘어쩌면 저들이 나를 보러 이곳에 왔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했다”라고 농담한 후 “어쨌든 그들(트와이스)는 매우 훌륭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삼성과 현대의 미국 투자도 거론했다.
박 장관은 이에 “21세기에 한·미 동맹은 안보의 맥락 이상의 의미”라며 “이는 이제 경제 안보 동맹이고, 기술 동맹”이라고 화답했다. 아울러 “오늘의 회담 이후 나는 우리 동맹이 그 어떤 때보다 강력하다는 점을 이보다 더 확신할 수 없게 됐다”라고도 말했다.
한편 박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한·일 관계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박 장관은 특히 “우리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관계 개선과 함께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가 가능한 한 빨리 정상화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우리는 한국과 일본, 미국 사이에 정책을 조정하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라며 “이 안보 협력과 정보 공유가 가능한 한 빨리 정상화하기를 희망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달 말로 예정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인도·태평양 다른 동맹 정상들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참여,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 관해 더 논의하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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