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만의 물가 급등과 고유가로 위기에 처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가 안정을 위해 결국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이르면 이달 중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고율 관세를 일부 해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반체제 언론인 암살 사건으로 사우디에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거리를 둬 왔다. 그럼에도 이번 방문을 통해 관계 복원에 나서는 것은 사우디에 원유 증산을 요청해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타개해 보려는 의도다. 그동안 내세웠던 민주주의 인권의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사우디에 손을 벌릴 정도로 미국의 경제 상황이 다급하다는 뜻이다. 대중국 관세 역시 미국이 민주주의 가치를 거부하는 권위주의 정권인 중국의 부상을 막아야 한다며 활용해 온 장치였지만 이를 일부 포기하고라도 물가 급등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 인플레 심각에 민주주의·인권 가치외교 후퇴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4일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13∼16일 사우디와 이스라엘 등 중동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거의 80년 동안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였던 사우디 방문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서 순방을 시작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수반과 면담한 뒤 사우디로 건너가 걸프협력회의(GCC)+3(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중동 순방의 핵심은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만남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왕가에 부정적이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배후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우디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서 사우디를 국제사회의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양국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를 안정시키려면 중동 산유국의 맹주인 사우디의 원유 증산 등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서 지지율이 바닥이다.
국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인권을 중시하는 외교 원칙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CNN은 “미국의 도덕적 분노보다 사우디 왕세자가 오래 버텼다”고 지적했다.
미 언론 액시오스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7일 핵심 각료들에게 고물가 대응을 위해 중국에서 수입되는 소비재 일부 품목에 대한 고율 관세 인하 구상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전거 등 중국산 소비재는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 시절 중국에 부과한 고율 관세 대상에서 뺄지 결정하기 위한 공식 절차를 진행하도록 미 무역대표부(USTR)에 명령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 美 민주당, 정유사 초과 이익에 징벌적 증세
집권 여당인 민주당도 선거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상원 금융위원장인 론 와이든 민주당 의원(오리건)은 이윤율이 10%를 넘어서는 정유사의 경우 10%를 초과하는 이윤에 대해 기존 법인 세율(21%)의 두 배인 42%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고유가로 수세에 몰리자 대형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휘발유값 상승의 주범으로 간주하고 이들에게 징벌적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금까지 기름값으로 궁지에 몰릴 때마다 에너지 기업들의 과도한 이익을 거론하며 ‘정유회사 때리기’를 반복해 왔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한 노조 행사에 참석해 “미국에 대해 지금보다 더 낙관적인 적이 없었다”며 자신의 경제적 성과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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