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3대 경제 대국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지지하기로 하면서 유럽의 ‘단결’을 강조했다. 유럽 국가의 전쟁 물자 지원 부족으로 고조된 우크라이나와 이들 국가간 긴장감은 일단 완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뚜렷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입장 표명과 그동안 쌓인 앙금이 한 차례의 만남으로 모두 해소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서 미온적 태도로 비판받아온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상은 16일(현지시간) 열차편을 통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의 EU 가입국 후보국 지위를 지지한다고 했다.
프랑스 등은 우크라이나에 즉시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지만 발칸반도와 인근 지역, 특히 몰도바에 대한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상당 기간 시일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우크라이나 EU 가입이 현실화하려면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당장 EU 당장 가입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일부 버린 것으로 보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6일 (유럽) 통합의 길은 “먼 길(long road)”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이번 방문을 앞두고 ‘기대감’이 높지 않다면서 회담 자체가 중요가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와 함께 프랑스와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약속하면서 고조됐던 긴장 관계 완화에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존에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세자르 자주포 12문 외에 추가로 6문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다음달 독일의 대공포 등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서는 현대식 무기가 필요하다며 유럽 국가의 무기 지원을 촉구해 왔다. 특히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아직도 어떤 중화력 무기도 제공하지 않아 비난받았다.
프랑스와 독일의 이런 결정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이 앞서 10억 달러(약1조3000억원) 대(對) 우크라이나 추가 안보 지원을 결정했다. 여기에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일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에서 “외교적 해결을 위해 러시아에 굴욕감을 줘선 안된다”고 하면서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동유럽 국가들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마크롱 대통령은 키이우 기차역에서 우크라이나 지지 입장을 확인했다.
CNN에 따르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EU의 메시지는 우크라이나 남성과 여성에게 전달됐으며, 앞으로 몇 주가 매우 힘든 주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현재와 미래 모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메시지다. 저는 그들을 지지하고 그들의 편에 서고 싶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와 이들 국가의 미묘한 긴장감은 회담 전후에서도 느껴졌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유럽 주요국 정상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타협안을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이번 방문에 앞서 독일 ‘빌트’와 인터뷰에서 “그들은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식량·경제 문제를 야기하는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WSJ는 EU 정상들 정장에 광택이 나는 가죽 구두를 신은 채 군복과 같은 셔츠와 녹색 바지, 운동화를 착용한 젤렌스키와 대조를 보였다고 했다.
CNN에 따르면 숄츠 독일 총리 지난 5월,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해야한다는 말대신 러시아가 패배해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이런 발언을 두고 명백한 지원 부족 혹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도를 포함한 협상 타결로 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우려해 왔다.
CNN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프랑스, 독일, 이탈이아 정상이 카메라를 향해 웃고 악수를 했지만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의 숄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을 향한 발언을 봤을 때 회의 내부 분위기는 긴장 됐을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주 초 독일 ZDF와 인터뷰에서 숄츠 총리에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이 아닌 어느것이 우선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U 국가들이 미국과 달리 우크라이나에 대한 다소 애매한 지지 발언만 이어가는 것은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돌입하면서 촉발된 경제 위기가 주요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독일, 루마니아, 스웨덴 등 유럽 10개국 성인 81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양보해서라도 가능한 한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의’를 우선시해 러시아를 응징하고 우크라이나의 모든 영토를 회복할 때까지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22%인 것으로 집계됐다.
WP는 “유럽인들은 우크라이나 지지에 대체로 일치된 입장을 보였지만 전쟁의 경제적 여파를 얼마나 오래 견뎌낼지에 대한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며 “대중의 관심이 전쟁에서 생활비 상승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RF)가 분석했다. ECRP는 분석 결과 이러한 유럽인 정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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