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에 사는 장의사 안토니 씨는 요즘 밀려드는 시신들을 염습하느라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전에는 한 달에 한 두 건이던 장례식이 이젠 매일같이 이어진다. 한 번에 시신 여러 구를 염습하는 날도 많다. 예전과 달리 젊은이들의 시신이 특히 많다고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죽음의 노동자들’이라고 불리는 우크라이나 장의사, 검시관, 방부처리사, 묘굴인(묘를 파는 사람) 등이 비극의 한복판에 놓여있다고 18일 전했다. 안토니 씨가 담당하는 시신 중에는 흙과 피투성이인 경우가 많다. 몸에 큰 상처가 있거나 폭격으로 몸이 조각조각 난 상태로 도착한 시신들도 있다. 그는 “최대한 몸의 조각들을 실로 꿰매 온전한 모습으로 유가족들에게 돌려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끝내 꿰매지 못한 채 조각들을 가방에 담아 가족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참담한 상황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번은 안토니 씨의 절친한 친구가 전장에서 숨져 시신으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 안토니 씨는 “그때만큼은 나도 동료들도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안토니 씨의 동료들도 매일 같이 참상을 접하고 있다. 묘굴인 미하일로 씨는 매일 새벽부터 2m 가량 묘를 판 뒤 동료들과 잠깐 농담을 나눈다고 했다. 그는 “농담이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 그렇게라도 몸부림치는 것”이라며 “의사부터 과학자까지 안 묻은 사람들이 없다”고 말했다. 안치소를 운영하는 보리스 리분 씨는 “시신을 수습하는 일은 매우 힘들지만 고인이 유가족과 제대로 이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울음을 참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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