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복합위기]
저소득층-부유층 모두 지갑 닫아
소비심리 2년새 101→50.2 반토막
“가계지출 줄어 경기에 더 악영향”
4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소비자물가와 이를 잡기 위해 거듭되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얼어붙고 있다. 특히 경기 변화에 민감한 저소득층뿐 아니라 부유층의 씀씀이까지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경기 침체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 시간) 주요 경제지표와 각종 소비 관련 데이터에서 소비 심리 급랭 현상이 뚜렷하게 감지된다고 전했다. 전날 발표된 6월 미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50.2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2월에는 101.0에 달했지만 불과 약 2년 반 만에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오일쇼크 후폭풍이 상당했던 1980년 5월(51.7)보다 낮다. 이 수치는 100을 기준점으로 이보다 높으면 향후 소비 심리가 강하고, 낮으면 약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현재의 소비 급감은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저소득층뿐 아니라 부유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주식시장 하락 등으로 부유층의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보유 자산 가치가 급감하면서 이들 또한 소비를 줄였다는 의미다. 주가 하락으로 올해 초에만 미 주식시장에서 약 3조 달러가 증발했다. 연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미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은 2020년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WP가 입수한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신용카드 사용 내용 분석에 따르면 지난 4∼6주간 미국의 모든 소득 계층에서 소비가 줄었다. 특히 상품보다는 서비스 수요가 더 큰 타격을 입어 이발, 청소 등 핵심 일상 서비스를 중단한 미국인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사람들이 비행기 예약, 머리 손질, 뒷마당에 수영장 만들기, 낡은 지붕 교체 등을 미루기 시작하면 미 소비 엔진이 활력을 잃고 있다는 징후라고 진단했다.
북동부 오하이오주의 청소업체 사장은 “많은 고객들이 ‘아내가 해고됐다. 예약을 취소해야 한다’는 요청을 보내온다”며 과거에는 거의 없었던 일이라고 토로했다. 버지니아주의 헤어숍 관계자 역시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20% 하락했다. 팁도 10% 정도 줄었다”며 손님들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항공여행 예약 사이트 카야크에 따르면 미국 내 항공편 검색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13% 줄었다. 식당 예약 사이트 오픈테이블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식당에서 외식한 규모는 2019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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