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너희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며 아시아 여성들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린 40대 미국인 여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19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지방검찰청은 맨해튼에서 4명의 아시아 여성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하며 폭행을 가한 혐의를 받는 매들린 바커(47)를 전날 기소했다.
법원은 바커의 보석금으로 2만 달러를 책정했으며, 바커는 오는 23일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바커는 지난 11일 맨해튼 첼시 인근에서 4명의 여성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3명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그에게는 증오범죄를 포함한 2급 가중 괴롭힘과 3급 폭행 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바커는 길을 걷던 니콜 청(24)에게 “나를 괴롭히지 말라”며 “너희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청과 일행은 “괴롭힌 것이 아니라 길을 보고 있었다”고 했지만, 바커는 “날 괴롭히지 말라”고 재차 소리쳤다. 이어 바커는 청과 일행을 돕던 아시아계 남성에게 “이XX를 너희 나라로 데려가라”고도 했다.
이후 바커는 청이 휴대전화로 자신을 촬영하려 하자,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달아났다.
뉴욕경찰(NYPD) 증오범죄 태스크포스(TF)는 바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토대로 그의 신원을 확인한 뒤 체포했다.
미국에서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증가했다. NYPD 증오범죄 TF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지난 3월까지 1년 동안 뉴욕에서 발생한 577건의 증오범죄 중 110건이 아시아인을 타깃으로 했다.
또 미 연방수사국(FBI) 증오범죄 보고서는 아시아인을 향한 증오범죄가 2019년 161건이던 것이 2020년 279건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처럼 증오범죄가 증가하는데도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뉴욕 아시아계 미국인 변호사협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4월 뉴욕에서 보고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공격 233건 중 단 7건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현지 인권 활동가들은 이러한 증오성 공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커뮤니티 보존 및 개선 연합(the Alliance for Community Preservation and Betterment)의 브라이언 친은 “바커에게 증오범죄 혐의가 적용됐다는 점은 환영하지만, 더 많은 조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더 강력하고 분명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이나타운 시민협회(Greater Chinatown Civic Association)의 재키 웡도 “시 차원에서 증오범죄를 저지하고, 희생자를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며 “법 집행기관과 공무원들이 증오범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많은 증오범죄가 실제보다 적게 기록되고 보고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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