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 시간) 미국 남부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남서부 외곽 도로에 방치된 대형 트레일러 안에서 불법 이민자로 추정되는 시신 46구가 발견됐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이번 사건이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최악의 이민자 참사”라고 전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경 철로 옆 도로에 있던 트레일러 인근에서 구조 요청을 들은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샌안토니오 소방 당국은 트레일러 내부에서 시신 대부분을 발견했다. 시신 몇 구는 트레일러 밖에 너부러져 있었다. 어린이 4명을 포함한 생존자 16명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대부분 열사병 같은 온열질환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샌안토니오 경찰은 희생자들 사인을 질식사와 열사병으로 추정했다. 미국 남부가 극심한 열돔(dome) 현상에 포획된 가운데 샌안토니오의 이날 최고기온은 섭씨 40도에 육박했고 습도는 높은 전형적인 무더위였다. 소방 당국은 발견 당시 시신들은 몸에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고 말했다. 이 트레일러는 냉장용 차량이었으나 냉장장치가 가동된 정황은 없었고 트레일러 내부에서 식수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3명을 연행했으며 인신매매 연관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론 니렌버그 샌안토니오 시장은 숨진 이들은 “더 나은 삶을 찾으려고 온 가족들로 보인다”며 “인류의 끔찍한 비극”이라고 애도를 표시했다. 희생자 등의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멕시코 국경으로부터 약 250km 떨어진 샌안토니오는 텍사스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의 주요 경유지다. 미 세관국경보호국에 따르면 지난달 남부 국경을 통해 유입된 불법 이민자는 역대 최다 수준이었으며 이 중 약 24만 명이 밀입국 과정에서 체포됐다. NYT는 지난달 샌안토니오 인근 국경도시 델리오와 이글패스에서만 불법 이민자 4만4000명 이상이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야당인 공화당 소속 그래그 에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번 죽음의 책임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다”며 “생명을 앗아가는 국경 개방정책 결과”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옹호 정책을 줄곧 비판해온 애벗 주지사는 국경지대에 주 경찰과 방위군을 배치해 불법 이민자를 단속하고 컨테이너와 강철 등으로 미-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캘리포니아주 남부 국경 인근에서는 이민자들이 타고 있던 차량과 대형 트레일러가 충돌해 13명이 숨졌다. 2017년 샌안토니오 월마트 앞에 주차된 트레일러 트럭 내부에서는 이민자 200여 명이 물과 음식도 없이 갇힌 채 발견됐다. 이 중 10명이 사망했다. 2003년 샌안토니오 남동부에서도 찜통 더위 속에 트럭에 갇힌 이민자 19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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