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고가의 크레네주맙이라는 약품의 임상실험이 실패로 밝혀지면서 치매를 예방하는 전통적 방법들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혈압 관리, 청력 감소 예방, 금연 등의 방식이 값비싼 약품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런던대 심리학교수 그릴 리빙스턴 박사는 “약이 효과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없다고 해도 치매 예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나이대 신경학 교수 줄리오 로자스는 위험요인 감소 방식에 대해 “큰 개념상의 변화”라면서 행위에 주목해 고치도록 하는 방식이 폭넓게 사용가능하고 치매예방효과도 높다는 것이 입증돼 있다고 강조했다. “치매가 어떻게 악화하는 지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JAMA 신경학회보에 실린 시각분야 논문이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 미시건대의 보건 및 은퇴 연구(Health and Retirement Study)의 자료를 활용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치매 환자의 62%가 위험 요인 변화로 예방이 가능했으며 이중 1.8%인 10만명은 시각 개선으로 예방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연구 책임자인 미시간대 안과 조슈아 얼리치 박사는 시각개선으로 예방할 수 있었던 사람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수지만 시각개선이 간단히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력검사, 안경처방, 백내장 수술 등 모두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쉽게 실행할 수 있는 방안들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시각 장애의 80~90%를 조기 검진과 치료로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향력이 큰 랜싯위원회(Lancet Commission)는 2017년 행동교정 치매예방운동을 시작했다. 의사들이 수백편의 논문들을 검토해 9가지 위험요인을 찾아냈다. 고혈압, 낮은 교육수준, 청각장애, 흡연, 비반, 우울증, 활동 저하, 당뇨, 사회접족 부재 등이다. 2020년 과도한 음주, 뇌손상, 대기오염 등 3가지 요인이 추가됐다. 위원회는 전세계 치매환자의 40%가 이들 요인을 제거함으로써 예방 또는 지연될 수 있다고 계산했다.
실제로 부유한 국가들의 경우 “사람들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흡연률이 줄어듬에 따라” 평균연령이 높아지는데도 유럽과 북미 지역의 치매 발생률은 25년 사이 1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얼리치박사는 랜싯위원회가 시각장애도 위험요인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각 및 시각 장애가 인지저하를 유발하는 이유에 대해 로자스 박사는 “신경계는 감각 기관의 자극을 통해 기능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그런 자극이 없으면 “신경 세포가 죽기 시작하고 뇌가 변한다”는 것이다. 또 시각 및 청각 장애가 노인들의 신체 능력과 사회활동 능력을 크게 저하하는 것도 이유라고 지적했다.
한편 랜싯위원회가 지적한 다른 요인들은 많은 경우 정책적 변화가 필요한 과제들이다. 교육수준을 높인다든지 대기오염을 줄이는 등이 대표적이다. 또 금연이나 살빼기 등 습관 교정도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밖에 고혈압은 혈압을 측정하고 약을 꾸준히 먹는 등의 관리가 저소득층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이에 비해 청각과 시각을 개선하는 문제는 제대 진단만 이뤄지도록 체제가 갖춰져 있으면 어렵지 않다. 그런데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메디케어(Medicare) 제도가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또 사설의료보험도 보청기와 같은 고가의 치료장비는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
유전이나 가족력, 노령화 등 일부 치매 유발요인은 통제하기 어렵지만 위에서 든 요인들은 모두가 대처할 수 있는 대상들이다.
리빙스턴 박사는 “사람들은 기억을 잃는 것을 크게 두려워한다. 행동 교정만으로 상당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건 매우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또 치매 시작 시점을 늦추는 것도 의미가 크다.
얼리치 박사는 시청각 개선, 운동, 체중관리, 금연, 고혈압 치료, 당뇨관리 등은 “값비싼 치료도 아니고 어려운 수술도 아니며 몇 시간 걸려 전문가를 만나야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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