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북부 함부르크에 사는 40대 직장인 펠릭 씨는 5일(현지 시간)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시락을 싸면 식비를 20% 줄일 수 있다. 설거지를 위한 온수 사용도 절반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료 등 에너지값이 6월에만 1년 전에 비해 38% 급등한 탓에 절약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며 “벌써부터 난방비가 많이 들 겨울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함부르크 당국은 최근 저소득층 가정에 온수를 우선적으로 공급해주기로 했다. 각종 공과금 미납으로 저소득층 가정에 전기와 온수가 끊기는 사례까지 종종 발생하자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3일 독일 ARD방송과 인터뷰에서 물가 급등을 주시하고 있다며 “많은 국민들이 (겨울에) 갑자기 난방비가 수백 유로가 오르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이 사회적 불만을 폭발시킬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이체벨레 등은 독일경제연구소(IW) 조사를 인용해 5월 가계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 온수, 전기 등 에너지비용에 쓰는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 독일인의 비중이 25%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4.5%)보다 크게 증가했다. 특히 독일 저소득층의 65%는 에너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오일쇼크가 한창이었던 1970년대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독일경제연구소는 경고했다.
특히 에너지값 급등으로 독일의 5월 무역적자가 10억 유로(약 1조 3500억 원)를 기록해 1991년 이후 31년 만의 적자를 나타냈다. 통상강국 독일이 이례적 무역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에너지 공급국가로부터 수입한 에너지 가격이 급증한 반면 서방의 제재로 자동차 등의 러시아 수출이 감소한 직격탄을 맞았다. 러시아가 독일 등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거나 줄였지만 에너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늘어 가격은 올랐다.
유럽연합(EU) 통계청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6월 유럽 에너지가격은 전년비 41.9% 올랐다. 영국 웨일스에서는 4일 치솟는 유가에 저항해 트럭운전사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대규모 차량 시위를 벌여 주요 도로가 마비됐다. 영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로 1992년 이후 30년 최고치다. 노르웨이 정유노조는 5일 파업에 돌입했다. 프랑스 공항노조 역시 8일부터 파업에 나선다. 겨울철이 되면 에너지가격이 더 급등해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BBC는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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