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공포 해외]
“난방비 수백유로 오르면 감당불가”
獨, 31년만에 10억 유로 무역적자
유로화 가치 20년만에 최저치
“역대급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시락을 싸들고 출근하고 있습니다.”
독일 북부 함부르크에 사는 40대 직장인 펠리크 씨는 5일(현지 시간)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시락을 싸면 식비를 20% 줄일 수 있다. 설거지를 위한 온수 사용도 절반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료 등 에너지 값이 5월에만 1년 전에 비해 38.3% 올라 절약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며 “벌써부터 난방비가 많이 들 겨울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함부르크 당국은 최근 공과금 미납으로 저소득층 가정에 전기와 온수가 끊기는 일이 종종 발생하자 저소득층 가정에 온수를 우선적으로 공급해 주는 긴급 대책에 나섰다. 5월 독일에서 난방용 석유는 전년 동기 대비 94.8%, 천연가스는 55.2% 올랐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3일 ARD방송 인터뷰에서 “(겨울에) 갑자기 난방비가 수백 유로 오르면 많은 국민들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사회적 불만을 폭발시킬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등은 독일경제연구소(IW) 조사를 인용해 5월 가계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 온수, 전기 등 에너지 비용에 쓰는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 독일인의 비중이 25%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4.5%)보다 10.5%포인트 늘었다. 에너지 요금 비교 사이트 ‘베리복스’는 올해 독일 4인 가족 기준 난방비와 전기요금이 각각 한 해 전보다 1881유로(약 255만 원), 235유로(약 32만 원)씩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오일쇼크가 한창이던 1970년대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독일경제연구소는 경고했다.
특히 에너지 값 급등으로 독일의 5월 무역적자 역시 10억 유로(약 1조3500억 원)를 기록했다. 1991년 이후 31년 만의 적자로 통상 강국 독일에 이례적 무역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러시아 등 주요 에너지 공급 국가로부터 수입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반면에 서방의 제재로 자동차 등의 러시아 수출이 감소한 직격탄을 맞았다.
영국 웨일스에서는 4일 치솟는 유가에 저항해 트럭 운전사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대규모 차량 시위를 벌여 주요 도로가 마비됐다. 겨울철에는 에너지 가격이 더 급등해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BBC는 우려했다. 1일 프랑스 경제매체 레제코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는 “보일러, 가전제품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5일 유로화 환율은 유로당 1.03달러를 기록해 20년 만에 달러 대비 가치가 최저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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