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美LNG시설 화재에 가스값 2배로… ‘이플레이션’ 우려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7일 03시 00분


우크라 침공 이후 러産 수입 급감… 공급원 다변화속 돌발변수 직격탄
MWh당 가격 한달새 79→165유로… 주요 수출국 노르웨이 파업 겹쳐
英, 하루만에 도매가 16% 급등도… “공급난 지속땐 ‘리먼 사태’ 재연”

러시아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공급을 줄이면서 심각한 에너지난에 처한 유럽이 미국, 노르웨이 등 곳곳에서 터지는 돌발 변수로 인해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천연가스 수입의 약 40%를 러시아에 의존해 왔던 유럽 국가들은 뒤늦게 가스 공급원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화재로 수입에 차질을 빚자 천연가스 가격이 한 달 새 두 배로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EU) 가스 공급의 25%를 차지하는 노르웨이에서는 가스전 노동자들이 한때 파업을 벌여 가격 불안정이 더욱 커졌다. 글로벌 복합위기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천연가스값 상승이 에너지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이플레이션(Eflation·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美 LNG 시설 화재 뒤 유럽 가스값 2배 폭등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출렁이고 있다. 지난해 말 MWh(메가와트시)당 70유로이던 가스 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두 배 가까운 134유로로 올랐다. 3월 중순 이후 안정세를 찾아가던 가스값은 지난달 8일 미국의 LNG 수출 기업인 프리포트 LNG의 텍사스 액화시설 화재 이후 한 달 만에 2배 이상 뛰었다. 지난달 7일 79유로에서 이달 5일 165유로까지 치솟은 것이다.

EU 국가들은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천연가스 공급량을 감축하자 미국 등에서 수입을 늘려 오던 상황이었다.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 뤼스타드 에너지는 “올 들어 유럽은 천연가스 수입의 45%를 미국에 기대고 있다”며 러시아산 수입 비중이 15%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프리포트가 유럽의 LNG 수입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다. 유럽의 중요한 가스 공급처가 된 미국 내 화재 사건이 유럽에 직격탄이 된 것이다.

천연가스는 석탄이나 석유와 달리 액화 과정을 거쳐야 유조선이나 파이프라인으로 수송할 수 있다. 수출입을 위한 공정이 까다롭고 가격 안정성이 낮은 특성 때문에 작은 변수에도 시세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 파업으로 노르웨이 가스전 3곳 한때 멈춰
노르웨이에서는 4일 국영 에너지기업 에크비노르의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해 유전·가스전 3곳이 한동안 멈춰 섰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EU에 러시아 다음으로 천연가스를 많이 수출한 국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노르웨이 정부가 개입해 파업이 하루 만에 종료됐다고 보도했지만 수급 불안 우려가 가라앉지 않아 5일 영국의 천연가스 도매가가 16% 급등했다.

러시아는 최근 독일로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60% 감축한 데 이어 11∼21일 유지·보수를 이유로 독일로 연결된 가스관인 ‘노르드스트림 파이프라인’ 가동을 중단한다고 예고한 상태다. 독일에서는 “가스 공급난이 지속되면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 같은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6일 유럽의회는 천연가스와 원자력발전을 친환경 투자기준인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가결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번 투표를 앞두고 유럽의회는 안건 부결 압박을 받아왔다. 천연가스가 택소노미에 포함되면 관련 투자가 늘어 천연가스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에 득이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에너지난이 심화되면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 전까지 과도기적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힘이 실린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가스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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