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피격 사망]
기시다 “위대한 정치가 명복을” 눈물
정국 전망엔 “지금 언급해선 안돼”
자민당 아베파 분열 가능성도
10일 일본 참의원 선거를 이틀 앞두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유세 도중 총격으로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본 정치계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집권 자민당을 비롯한 주요 정당들은 8일 선거 유세를 일시 중단하며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추모 메시지를 내놨다. 일본 내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참의원 선거에서 보수 지지층의 결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베 전 총리가 2020년 사임 이후에도 자민당의 막후 실세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만큼 자민당의 역학 관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온건파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해 9월 ‘아베파’의 지원으로 당선됐으나 아베 전 총리로 대표되는 강경 보수 세력의 눈치를 봐왔다. 기시다 총리가 선거 이후 외교안보 및 경제 정책에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 확인된 뒤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비열한 만행이다. 어떻게든 살아 달라고 한 기도가 헛되게 이런 비보를 접해 할 말을 잃었다”며 “위대한 정치가였던 아베 전 총리의 명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침통한 표정으로 발언을 이어가다 눈물까지 보였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와 함께 1993년 중의원 초선으로 당선된 ‘정치 동기’다. 보수 강경파인 아베 전 총리와 정치 철학은 달랐지만 아베 정권에서 4년 8개월간 외상을 맡으며 호흡을 맞췄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당파를 넘어 전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은 9일 유세를 재개한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묻는 질문에 “지금 언급해서는 안 된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보수 강경파의 구심으로서 아베 전 총리가 일본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나 위상이 워낙 강력했기 때문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아베 전 총리를 좋아하는 지지자들이 동정표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 (과반 확보라는) 당초 예상보다 자민당이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파벌 정치로 돌아가는 자민당 내 권력 관계가 어떻게 바뀔지도 관심이다.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는 아베 전 총리가 워낙 절대적 권한을 쥐었던 만큼 당장 그를 대신해 파벌을 이끌 후계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파벌 내 새로운 지도 체제 구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최악의 경우 이해관계에 따라 파벌이 분열할 수도 있다. 아베 정부 각료를 지낸 중진 의원은 마이니치신문에 “아베 전 총리의 존재감이 너무 컸다. 파벌 간 균형이 무너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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