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피살 사건의 범행 동기가 드러나고 있다. 10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1)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특정 종교 단체에 빠져 거액의 돈을 기부하다 파산했다고 진술했다. 과거 이 단체 행사에 아베 전 총리가 영상 메시지를 보낸 것을 알게 된 뒤 서로 연관이 있다고 믿어 범행을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다. 개인적 원한을 품은 ‘외로운 늑대’에 아베 전 총리가 살해된 셈이다.
야마가미는 10일 나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됐다. 8일 체포 당시 안경을 쓰고 회색 티셔츠 차림이던 그는 남색 티셔츠에 안경을 벗은 얼굴로 취재진 카메라를 노려봤다. 교도통신은 비교적 덤덤함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 “아베가 모친 망친 종교 퍼지게 했다 믿어”
요미우리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경찰에 특정 종교단체 이름을 언급하면서 “어머니가 많은 돈을 기부해 파산했다.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는 이 종교단체가 일본이 아닌 외국에서 설립됐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 종교 단체 홍보 담당자는 “(야마가미의 어머니가) 오랜 기간 신자로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경제적 사정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처음에는 이 종교단체 수장을 살해하려고 마음먹었으나 본부가 해외에 있어 접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후 야마가미는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서 이 종교 단체 산하 기구가 지난해 개최한 행사 영상에서 아베 전 총리가 5분 분량의 화상 기조연설 하는 장면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본 야마가미는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아베 전 총리를 살해하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달부터 각 지역을 돌며 참의원(상원) 선거 지원 유세를 했다.
● “총격범, 범행 전날도 아베 살해 시도”
야마가미가 범행 하루 전인 7일에도 아베 전 총리를 살해하려 오카야마현 오카야마시 자민당 후보 연설회장을 찾아간 사실도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이날 아베 전 총리 일정은 트위터에 미리 공개됐다. 야마가미는 사제 총을 들고 현장에 갔지만 10분간 연설하던 아베 전 총리 주위의 경찰과 경호원들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 야마가미는 경찰에 “원래 폭발물을 만들어 죽일 생각이었지만 도중에 총을 만들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가미가 살아온 이력도 추가로 드러났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야마가미가 어렸을 때 그의 부친은 건설회사를 경영했다. 부친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회사를 물려받은 야마가미의 어머니는 종교 단체에 빠져들었다. 이후 많은 돈을 이 종교 단체에 헌금으로 냈고 야마가미와 형, 여동생 등 삼남매는 집에 먹을 것이 떨어져 친척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받기까지 했다. 어머니는 2002년 파산 선고를 받았고 2009년에는 경영하던 회사도 문을 닫았다. 일본 주간지 ‘슈칸겐다이’의 인터넷 매체 ‘겐다이비즈니스’는 이날 “이 종교 단체는 옛 통일교회(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라고 보도했다. 가난에 시달린 야마가미는 2002년 돈을 벌기 위해 해상자위대에 입대했다. 3년 뒤 제대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최근에는 파견회사에 들어가 창고에서 시급 1800엔(약 1만7200원)을 받고 일했다. 그는 동료와 마찰을 빚은 뒤 몇 차례 결근했고 5월 직장을 그만뒀다. 이후에는 무직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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