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피격 사망]
참의원 선거 출구조사 “여당 과반”
“개헌세력, 필요 의석 확보 확실시”
유권자들 “폭력은 절대 용서 못해”
“선거 유세에서 벌어진 폭력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에 투표소에 왔습니다.”
10일 오후 도쿄 시나가와구 제5투표소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본에서 전 총리의 피격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투표를 한 지금도 평정심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 여성의 목소리는 떨렸다.
일본 정치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총에 맞아 숨진 지 이틀 만에 진행된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의 과반 확보가 확실시된다”고 NHK가 예측했다.
NHK는 이날 오후 10시 30분 기준 출구조사 및 개표 상황을 종합 분석한 결과, 선거가 치러진 125석(전체 248석) 가운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60∼69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선거 전 의석(55석)보다 최대 14석 많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단독으로 과반(63석)을 웃돌 기세”라고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을 계기로 자민당 지지층인 보수 표심이 어느 정도 집결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립여당 공명당은 10∼14석을, 개헌 지지 세력인 극우야당 일본유신회는 10∼15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현재 의석수인 22석보다 적은 13∼19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측됐다.
NHK는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개헌 추진 세력이 87∼102석을 얻어 헌법 개정에 필요한 의석수인 3분의 2를 확보할 가능성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자민당은 전쟁 포기, 군대 보유 불가, 교전권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를 개정해 자위대 존재를 명기하는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투표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개헌과 관련해 “자민당이 내놓은 안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과제”라며 “국민의 이해를 얻기 위해서라도 국회에서 논의를 심화시켜 구체적으로 발의할 방안 마련 노력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1)는 이날 경찰에서 “어머니가 빠진 종교단체에 원한을 품고 있었고 아베 전 총리가 그 종교와 가깝다고 생각해 노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은 야마가미의 어머니가 과거 통일교 신자였다고 10일 밝혔다. 통일교 관계자는 “야마가미의 어머니는 예전에 통일교회 신자였지만 지금은 교회에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日개헌파, 참의원 개헌의석 확보 확실시”… ‘아베 숙원’ 힘 실릴듯
NHK “자민-공명 여당, 과반 확실”… 중의원은 작년 선거서 개헌선 확보 국민 74% “아베 피격, 선거에 영향”… 3년전 선거보다 투표율 3%P 높아 기시다 “개헌 발의 구체방안 마련”… 與추진 방위력 증강 급물살 가능성
10일 낮 12시경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 조난초등학교.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의 시나가와구 제5투표소가 설치된 이곳에 유권자들이 들어섰다. 5분 사이 20명 이상이 투표소에 입장했다. 선거인명부를 확인하는 장소 앞에 10여 명이 줄을 섰다.
이날 오후 10시 30분 기준 NHK의 분석에 따르면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70∼83석을 얻어 여당의 과반이 확실하다고 예상했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단독 과반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일본 언론이 선거 전 예상한 최대 의석수보다 의석을 더 얻어 자민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본 것이다. NHK는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개헌 추진 세력이 87∼102석을 얻어 의석수는 총 248석 가운데 개헌 통과가 가능한 3분의 2(166석)를 웃돌 것으로 보도했다. 2019년 참의원 선거 때는 개헌 세력이 전체 의석에서 160석을 차지해 개헌 확보선 마련에 실패했다.
출구조사가 실제 선거 결과로 이어진다면 자민당은 지난해 10월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개헌 가능선을 확보한 데 이어 헌법 9조를 개정해 자위대 존재를 명기하는 개헌 추동력을 확보하는 셈이다.
○ “아베 총격 사건이 선거 결과에 영향 줬다”
일본 민영방송 TV도쿄가 이날 실시한 시청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가 ‘아베 전 총리의 총격 사건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다’고 응답했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교수는 “자민당에 대한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추모의 뜻이 표심에 작용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NHK는 이날 투표 마감(오후 8시) 기준 투표율을 52.16%로 추계했다. 3년 전(48.8%) 참의원 선거보다 3%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투표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아베 전 총리의 피습 사망으로 일본 전체가 불안해질 것을 걱정했다. 한 40대 유권자는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을 보고) 투표로 정치에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라가 불안하니 방위와 안보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70대 여성은 “(피습 사건 이후) 투표소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질까봐 무서웠지만 투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고 했다. 정국 안정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표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투표장에서 만난 50대 회사원 남성은 “아베 전 총리 사건을 듣고 놀라긴 했지만 이번 선거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했다. 지지 후보도 안 바꿨다”고 말했다.
○ 기시다 “개헌 발의 구체 방안 마련할 것”
자민당 등 개헌지지 세력이 개헌통과선을 확보하면서 아베 전 총리가 ‘필생의 과제’로 추진하던 헌법 개정이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방향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날 개헌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를 심화시켜 구체적으로 발의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노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의원 선거 이후 자민당이 추진하는 일본 방위력 증강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민당은 향후 5년 이내에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높여 현재의 2배로 증액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전수방위’(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 행사) 원칙을 폐기하고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을 갖추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각종 현안에서 아베파와 물밑에서 갈등했던 자민당 내 소수파인 기시다 총리의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자민당 정책 수립 과정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해 당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영향력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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