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시다 “아베 뜻 이어받아 빨리 개헌”…평화헌법 개정 가속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1일 2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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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 등 개헌 추진 세력이 개헌 발의에 필요한 의석수의 3분의 2를 훌쩍 웃도는 의석수를 확보하자마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가 평화헌법 개정 추진 가속화를 선언했다. 11일 기자회견에서 개헌안 발의에 속도를 내겠다고 공식화했다.

개헌을 ‘필생의 숙원’으로 여겼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달리 개헌에 신중했던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를 뜻을 이어받겠다”며 태도를 바꿔 주목된다. 아베 전 총리의 피살로 보수가 결집해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자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탈바꿈하기 위한 개헌의 호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선제 공격을 정당할 수 있는 ‘적(敵)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국가안전보장전략에 명문화하는 방위정책 개정을 올해 말 마무리하겠다는 구상까지 밝혔다. 방위정책 개정에 이어 개헌까지 이뤄지면 자위대가 유사시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국이 경계심을 높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기시다 정권의 군사력 팽창이 한일관계 개선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일본학)는 “개헌 논의가 처음 등장한 2000년대 초반 이후 개헌에 가장 가까워진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 군대보유 금지 헌법 바꿔 자위대 명기

기시다 총리는 이날 “가능한 한 빨리 개헌 절차에 착수하겠다”며 “(하반기 개최할) 임시국회에서 계속 분위기를 띄워 나가겠다. 개헌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촉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자민당의 개헌안 중 핵심은 자위대 명기다. 전쟁 포기, 육해공군 등 전력(戰力) 보유 금지, 교전권 불인정을 담은 헌법 9조 1, 2항을 고쳐 자위대가 ‘위헌 조직’이라는 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것이다. 자민당 내 강경파는 한때 자위대를 군으로 개편하는 개헌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최근 1, 2항을 그대로 둔 채 자위대 존재 명기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위대가 지금도 전쟁 수행이 가능한 육해공 무력을 갖춘 실질적 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1, 2항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사실상 1, 2항을 부정하고 자위대를 헌법이 보장하는 군으로 운영하겠다는 게 자민당의 속내다.

특히 기시다 정권이 올해 말 ‘적 기지 공격 능력’를 국가안보전략에 명시를 추진하는 의도가 심상치 않다. 표면상으로는 “탄도미사일 공격 등 일본을 향한 무력 공격에 대한 반격 능력 보유”를 적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위상을 지낸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안보조사회장 “상대의 공격이 명확히 의도가 있고 이미 착수한 상황이라면 (공격 여부) 판단은 정부가 한다”며 선제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공격받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방위력을 행사하는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 폐기를 시사한 것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을 위협한다고 판단하면 대북 선제 공격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은 2015년 국회를 통과한 집단적 자위권 법안을 통해 자위대가 일본 밖에서 활동할 근거를 마련했다.

여기에 개헌까지 이뤄지면 일본 군대가 선제 공격을 포함해 유사시 한반도에 개입할 헌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셈이다.

● 개헌, 단기간 어려울 수도

전문가들은 기시다 정권의 군사력 증강이 동아시아에서 중국 견제용 안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본의 군사력이 필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이해관계에 맞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적 기지 공격 능력’ 등에 지지를 표시했다는 것이다.

다만 기시다 정권이 국민투표까지 필요한 개헌 절차를 단시간에 처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봤다. 자민당 강경보수의 구심점이었던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 당내 역학관계에 큰 변화를 불러와 개헌 논의가 분산될 수도 있다. 기시다 총리도 개헌의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자위대 명기에 대한 개헌 추진 세력 4개 정당의 입장도 조금씩 다르다. 우치야마 유 도쿄대 교수는 “자민당이 개헌에 얼마나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 명확치 않다”며 “자위대 헌법 명기가 상징적 의미는 있지만 (안보 강화에) 실질적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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