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 대한 의존도 줄일 것”
佛, 새 반도체 공장 2026년 가동 목표
獨, 인텔 이어 TSMC 공장 설립 나서
EU, 56조 투자 내용 ‘반도체법’ 추진
한국과 미국, 대만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유럽이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섰다. 프랑스 엘리제궁(대통령실)은 11일(현지 시간) 미국과 스위스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57억 유로(약 7조5068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프랑스 서남부 그르노블에 반도체 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3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생산 공장을 유치한 데 이어, 반도체 산업 육성에 140억 유로(약 18조4177억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와 스위스 기업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공동 투자를 통해 그르노블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2026년 가동이 목표인 이 공장에서는 자동차용, 공장설비용, 가전제품용 18nm(나노미터) 공정 반도체를 생산한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아시아에 대한 유럽의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를 콕 집어 언급한 것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등을 의식한 제스처로 보인다.
이 회사들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막대한 재정 지원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발표 다음 날인 12일 공장 설립 예정 부지를 직접 둘러보고 반도체 산업에 50억 유로(약 6조5778억 원)를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설명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이번 투자는 최근 수십 년간 원자력 분야를 제외하고 프랑스의 역대 최대 투자다. 산업 주권을 위한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유럽 최대 경제 강국인 독일도 투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인텔은 170억 유로(약 22조3722억 원)를 들여 독일 작센안할트주(州) 마그데부르크에 반도체 공장 허브를 지을 예정이라고 3월 발표했다. 독일 정부는 TSMC 공장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세계 반도체 수요의 20%를 차지하고 있지만 공급 능력은 10%에 불과하다. 첨단 반도체 분야는 한국과 대만이 선두이고, 반도체 설계는 미국 기업들이 지식재산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생산은 일본, 대만, 한국 등이 주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공급 능력을 20%로 끌어올리기 위해 430억 유로(약 56조5687억 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유럽반도체법’을 2월 제안했다. 이 법안은 EU 회원국과 EU 의회의 승인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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