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아베 장례식, 日 한시대의 끝”… 거리 메운 시민들, 마지막 배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도쿄 사찰 비공개 가족장 르포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시신을 실은 검은색 운구차(왼쪽)가 12일 오후 장례식이 열린 도쿄 미나토구 조조지(增上寺)를 나와 국회의사당이 있는 도쿄 지요다구 나가타초로 향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시신을 실은 검은색 운구차(왼쪽)가 12일 오후 장례식이 열린 도쿄 미나토구 조조지(增上寺)를 나와 국회의사당이 있는 도쿄 지요다구 나가타초로 향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12일 오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이 열린 도쿄 미나토구 도쿄타워 인근 사찰 조조지(增上寺)는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하는 수천 명의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찰들이 확성기를 잡고 “일반인 헌화는 종료됐다”고 안내했지만 많은 시민들이 거리에 남아 아베 전 총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기 위해 기다렸다.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러진 그의 장례식은 가족과 지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집권 자민당의 ‘아베파’ 간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찰 경내와 주변 도로는 추모객과 장례식 참석자, 경찰, 취재진 등으로 혼잡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상주인 아베 전 총리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는 남편의 얼굴에 뺨을 비비며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 거리 가득한 추모객
12일 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빈소가 마련된 일본 도쿄 미나토구 조조지 사찰이 일반 조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검은 원피스에 파란색 리본 배지를 달고 장례식장을 찾은 50대 여성은 “장례식이 비공개라는 건 알았지만 일본의 훌륭한 정치인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 꽃을 바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교복 차림의 중학생,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여성, 흰머리 노인 등 추모객들의 성별과 세대는 제각각이었다.

오후 2시 38분경 검은색 리무진 운구차량이 사찰을 나왔다. 아키에 여사가 위패를 든 채 차에 타고 있었다. 거리의 시민들은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꺼내들어 사진을 찍었다. 일부 시민은 박수를 쳤고 한 시민은 “아베 씨, 감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장례식장을 떠난 차량은 도쿄 지요다구 자민당 본부, 국회의원회관, 총리관저, 국회의사당을 돌았다.

전날 오후에는 조조지에서 비공개 ‘쓰야(通夜·밤샘 조문)’가 진행됐다. 자정을 전후해서도 시민들이 경내 곳곳에서 손을 모아 기도했다. 누구도 울거나 말을 하지 않아 정적이 감돌았다. 기도를 마치고 사찰 밖으로 나온 60대 남성은 “아베 전 총리는 경제를 살렸고 강한 힘을 보여줬다”며 “아베는 일본을 일깨웠다. 이만한 정치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쓰야’에는 여야 정치인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 등 2500여 명이 조문했다. 미일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 등도 조문을 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은 “(12일 오전까지) 259개 국가 및 지역에서 1700건 이상의 조의가 도착했다”고 밝혔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아베가 사망한 날 일본 정치 지형, 집권 자민당 파벌, 내부 권력 관계가 영원히 바뀌었다”며 “그것은 한 시대의 끝”이라고 평가했다.

아베 전 총리를 사제 총으로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41)는 경찰에서 “1년 전부터 아베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참의원 46% ‘자위대 헌법 명기’ 찬성
10일 진행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개헌 추진 세력 4개 정당이 개헌 정족수(3분의 2)를 훌쩍 넘는 177석을 확보한 가운데 참의원 중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의원이 67%로 개헌 정족수(66.7%)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이 이번 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의원을 포함한 참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분의 2 이상의 의원이 개헌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자민당 소속 의원들 중에는 93%가 개헌에 찬성했다.

개헌 찬성 의원에게 어떤 항목의 개정이 가장 필요한지를 묻자 ‘자위대 헌법 명기’(78%)가 가장 많았다. 다만 참의원 전체에서 ‘자위대 헌법 명기’에 찬성하는 비율은 46% 수준으로 조사됐다. 공명당에서 개헌 찬성 의원의 비중이 54%에 그쳤고, 자위대 명기 찬성 비중은 이보다도 낮은 30%였기 때문이다. 공명당이 자위대 명기의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다.

#아베 장례식#일본 총리#도쿄 사찰#추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