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를 총격 살해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를 수사 중인 일본 나라현 경찰본부는 13일 “한국 통일교 총재가 일본에 방문했을 때 해치기 위해 화염병으로 습격하려고 했다”는 야마가미 진술을 확보했다. 야마가미 어머니는 통일교에 총 1억 엔(약 10억 원)가량 헌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나라현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나라시 야마토사아다이지역(驛) 일대 현장 검증을 벌였다.
● 사건 현장 90m 떨어진 곳에서도 탄흔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4시 반경부터 사건 현장 일대에 폴리스라인(경찰통제선)을 치고 일반인과 차량을 통제한 뒤 감식원 50여 명을 동원해 검증에 나섰다. 감식원 등은 1m 간격으로 나란히 서서 바닥에 엎드려 현장 주변 아스팔트 차도와 인도 보도블록 바닥을 돋보기로 살피고 금속탐기지 등으로 탄흔 및 총알을 찾았다.
경찰은 이날 용의자가 총을 쏜 지점에서 90m가량 떨어진 주차장 외벽에서 탄흔과 유사한 흔적을 최소 3개 찾았다. 아베 전 총리를 겨냥해 쏜 총알이 그만큼 멀리 날아갔다는 의미다. 피격 당시 아베 전 총리가 연설하던 연단 인근에 서있던 유세차에서도 총탄이 관통한 것으로 보이는 구멍이 발견됐다. 아사히신문은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현장 검증에서 금속 조각을 여러 개 발견해 범행에 쓰인 총탄인지 검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카무라 이타루(中村格) 일본 경찰청 장관은 전날 첫 기자회견에서 “지방 경찰을 지휘 감독하는 책임자로서 경호 책임을 완수하지 못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민영 니혼TV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올 3월 대구 달성군 사저 앞에서 사면 인사를 할 때 소주병이 날아오자 1초도 안 돼 경호원들이 에워싸던 장면을 수차례 방영하면서 “아베 전 총리 피격 때와 달리 한국에서는 수상한 소리가 들리자마자 곧바로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싸며 경호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 “韓 통일교 총재 왔을 때 화염병 습격 계획”
야마가미 모친이 신자로 등록된 종교단체 관련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경찰에서 “한국의 통일교 최고 지도자가 일본에 왔을 때 화염병으로 습격하려 했지만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해 실패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에 따르면 2019년 일본 아이치현 행사에 당시 한학자 총재가 방문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져 (통일교 최고위층) 방일이 어렵게 되자 야마가미는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열린 통일교 관련 행사에 아베 전 총리가 보낸 영상 메시지를 인터넷에서 보고 ‘반드시 죽여야겠다고 확신했다’고 한다. 요미우리는 또 야마가미 어머니가 집과 상속받은 토지 등을 팔아 통일교에 헌금한 총액이 1억 엔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통일교 관련 피해자들을 변호한다고 밝힌 ‘전국레이칸쇼보(靈感商法) 대책 변호사 연락회’는 12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용의자의 범죄는 용서되지 않지만 통일교 문제는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변호사 연락회 측은 지난해 말까지 35년간 접수된 상담 건수 3만4537건, 피해 총액 1237억 엔(1조1785억 원)이라고 주장하는 자료를 이날 배포했다. 어머니가 신자라고 밝힌 익명의 40대 여성은 기자회견에서 “범죄는 옹호할 수 없지만 교회에 대한 용의자의 원한은 이해할 수 있다. 그만큼 인생이 파괴된다”며 “누구에게도 상담할 수 없는, 당사자밖에 모르는 괴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나카 토미히로 일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회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헌금에 대해 “과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2009년 당시 회장이 성명을 발표한 뒤 바뀌었다”고 해명했다. 변호사 연락회 측은 “아직도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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