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인 돈바스 지역의 ‘포크로우스크 분만센터’에서 카테리나 부라우초바 씨(35)가 갓 낳은 둘째아들 일류샤를 품에 안은 채 말했다. 일류샤는 임신 28주 만에 세상에 태어난 조산아다. 어른 엄지손가락 한마디 크기인 아기 발에 맥박·산소포화도 측정기가 붙어있었고, 그곳에서 빨간 불빛이 깜박였다. 아기는 영양공급용 호스를 입에 문 채 잠들어 있었다. 부라우초바는 임신 기간 내내 마을이 포격을 당할까 봐 두려움에 시달렸다. 그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마터면 지하실에서 아이를 낳을 뻔했다”고 했다.
모자가 머무는 병동에서 전선까지의 거리는 불과 40km. 돈바스에 있던 분만센터 세 곳 중 한 곳은 완파됐고, 다른 한 곳에서는 포격 위험이 높아 모두 대피했다. 포크로우스크 센터는 이 지역에 남은 마지막 분만센터다. 이반 치가노크 센터장(56)은 “때로는 러시아군이 병원 주변을 포격하는 동안 아기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로이터통신과 영국 BBC 등 취재진에게 “전쟁이 본격화된 2월 24일 이후 센터에서 115건의 출산이 이뤄졌다. 그중 19명(16.5%)이 조산”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체 평균 조산율(9%)의 2배 수준이다.
병원 측은 포격으로 유리 파편이 튈 것에 대비해 건물 유리창 앞에 모래주머니를 높이 쌓아놓았다. 하지만 치가노크 센터장은 “우리 병원도 다른 분만센터처럼 공격을 받는다면 모래주머니가 우리를 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산모인 부라우초바 씨는 취재진에게 말했다. “우린 그저 평화를 원할 뿐이에요. 지금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아이들이 보지 않을 수 있도록요.” 그는 너무 일찍 태어난 품속의 아기에게 속삭였다. “모든 게 잘될 거야. 우리는 항상 최선을 바라고 있으니까. 그렇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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